[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아쉽다. 그렇지만 마냥 아쉬운 것만은 아니다. 악동뮤지션은 지난 3일 새 앨범 ‘사춘기 하(下)’를 발매하고 사춘기 시리즈를 완결 지었다. ‘완결’이라는 말이 ‘끝’을 의미하는 것 같아 살짝 서운할 법도 하지만, 이들은 말한다. 사춘기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변화의 시기라고.
‘사춘기 상(上)’은 지난해 5월 봄에, ‘사춘기 하’는 1월 겨울에 발매됐다. 직관적으로는 따스함과 차가움으로 나눠질 것 같지만, 두 앨범에는 다른 분위기의 ‘찬란함’이 담겼다. ‘사춘기 상’은 봄의 발랄한 기운이 충만한 햇살이라면, ‘사춘기 하’는 눈에 반사되어 눈부신 빛과 같다.
겨울에는 좀 더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이어서 그런지, ‘사춘기 하’는 ‘사춘기 상’보다 조금은 감성적이다. 이찬혁은 “겨울에 노래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차분한 노래를 부르려면 좀 울적했는데, 모두가 감상에 젖어들 수 있는 노래 위주로 선택했다”고 이번 앨범을 설명했다.
특히 ‘사춘기 하’는 공감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악동뮤지션은 음원 공개에 앞서 20분 분량의 쇼트 필름 ‘사춘기: 겨울과 봄 사이’를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일본 홋카이도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새하얀 눈과 탁 트인 하늘, 아기자기한 트럭, 따뜻한 카페는 일본 특유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찬혁과 이수현의 말간 얼굴은 모든 풍경과 조화를 이루며 깨끗한 느낌을 선사했다.
쇼트 필름의 묘미는 절로 엄마미소 지어지는 멤버들의 위트 있는 연기와 그에 꼭 들어맞는 곡의 하이라이트가 흘러나오는 순간이다. 영상미와 감성, 멜로디가 한데 어우러져 리스너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디테일한 부분들이 악동뮤지션만의 센스를 보여준다.
악동뮤지션의 ‘사춘기 하’와 쇼트 필름은 굳이 시즌송이 아니더라도 노래에 계절감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멜로디와 가사, 계절의 느낌이 만나 만들어낸 시너지는 음악을 확장한다. 악동뮤지션이 아티스트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이찬혁은 “큰 경험을 했다. 뮤지션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아트’라는 큰 장르에서 뛰어놀 수 있던 것 같아서 좋은 추억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악동뮤지션의 음악은 단순히 솔직한 내용을 뛰어넘는다. 남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을 타고난 것도 있지만, 악동뮤지션은 순수한 음악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사춘기’ 시리즈를 통해 ‘어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모두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담아냈다. 특히 ‘사춘기 하’에서는 겨울에 맞게 조금은 차분하고 서정적인 매력까지 한 스푼 더하며 자신들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했다.
악동뮤지션은 ‘사춘기’ 시리즈를 통해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마음가짐과 독특한 감각은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악동뮤지션의 사춘기는 앞으로 더 다양해진 감성과 표현으로 끊임없이 찾아올 성장통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