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Homo Predict (예측하는 인간)](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7/01/04/article_04132945719224.jpg)
박정래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강의교수
거리마다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가 변함없이 등장했고, 지금까지 무심한 삶을 깨우듯 요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올 한 해가 성큼 지나간다는 얘기다. 매월 찢어내던 거실 달력도 딸랑 한 장이 남았다. 모두 한해를 보내는 느낌은 다르겠지만, 올 한 해는 무엇에 쫓기듯, 너무 정신없이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크고 작은 일들이 쉬지 않고 발생하고,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준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마치 바닥이 보이지 않는 혼탁한 시냇물에 삐뚤빼뚤 놓여있는 징검다리를 하나하나 건너오긴 했으나, 마지막 징검다리에서 힘을 다해 도움닫기를 해야 내년에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즈음 우리의 덜미를 잡고 있는 또 하나의 긴장감은 내년 한 해의 예측과 전망이다. 이미 지난 11월부터 각종 세미나, 포럼, 컨퍼런스 등에서는 경제, 기술, 소비자, 문화, 사회 각 분야에 대한 2017년 전망과 예측을 논의하고 내어놓고 있다. 이를 토대로 기업들은 경영계획을 준비할 것이고, 마케터들은 시장과 소비자에 대응한 다양한 전략을 수립할 것이다. 이런 저런 전망치들을 보고 각 개인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새로운 다짐이나 각오를 할 것이다. 전망과 예측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트렌드 보고서는 한 해 동안의 다양한 정보와 결과 자료들, 실사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이와 같은 트렌드 보고서는 지난 11월 이후 출판된 것만 6종이 넘으며,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트렌드코리아 2017’는 매주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르고 있다. 거기에 기술트렌드, 산업전망보고서, 경제트렌드, 정책전망보고서까지 포함하면 12월은 가히 전망, 예측의 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어쩌면 인간은 항상 내일을 궁금해 하고, 미래를 대비하고, 예측하는 유일한 포유류일 것이다. 말 그래도 예측하는 인간, 즉 호모 프레딕트이다.
예측과 전망에 의하면, 2017년도 만만하지 않은 힘든 한 해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는 2012년 2.3% 성장률을 기록하며 주저앉은 이후 더욱 저성장세로 고착되는 듯하다. 주요 민간기업 연구소들이 바라보는 2017년 경제성장률은 2.5% 미만으로 국내경제는 다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산업과 기술에서 환경변화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ICT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기업환경, 기술환경, 소비환경 등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현상이 구체화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산업질서는 해체되고 SOMAC(Social, O2O, Mobile, Analytic, Cloud) 또는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 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신질서로 재편되거나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코리아 2017’에서는 정유년 닭의 해를 상징해 10개의 트렌드 이니셜을 키워드로 ‘CHICKEN RUN’이란 화두를 던지고 있다. 2000년 개봉한 영국 애니메이션 영화 ‘치킨런’은 산업화 과정에 밀려 폐장하려는 트위디 닭농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선각자(?) 닭인 진저와 록키의 활약을 희극화한 영화이다. 10개의 키워드 중 각자도생, YOLO(You only Live once)는 영화 치킨런의 시대적 소명과 유사한 듯하나, 트렌드코리아 치킨런의 핵심 주제는 파르페디엠(Carpe Diem), 즉 ‘이 순간을 충실하라’ 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전망은 전망으로 끝나고, 예측은 예측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글로벌화 된 현재 지구촌에서 어느 나라건 워낙 많은 변수가 상존·내재하고 있어 새로운 변수, 엉뚱한 변수가 계속 등장하고 나타나 변화와 예측을 흔든다고 말한다. 미래경영의 대가 피터 드럭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현재로서는, 2017년 우리가 직면한 변화와 예측에 대해 피터 드러커처럼 적극적 개입도, 일반적인 예견처럼 막연한 절망이나 희망을 갖는 것도 금물이다. 다만,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마음의 자세와 태도가 바로 가까운 미래를 지배하고 변화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2017년 절실한 화두 ‘파르페디엠’ 관점에서 우리가 한번 생각해 봐야할 행동의 변화를 다음 세 가지로 제언 해본다. 결국, 우리가 다른 동물과 달리 진정한 호모 프레딕트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우리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째, 우선 우리 모두가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자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리사욕이나 부정부패, 정도가 아닌 방법이나 이기적인 결정은 국민모두가 감시하고 방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즉, 올곧게 현상을 바라보고 참여하고 의견을 피력하되, 모두가 자신의 본분을 잊지 말고, 지켜가고 발전해 나가자는 것이다.
둘째, 우리가 가진 긍정적인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세계 최고의 ICT 환경, 빠른 생활습관과 성실·부지런함, 영리하고 재능있는 젊은 세대, 특수한 남북 분단환경, 높은 고등교육율과 우수한 엔터테인먼트 환경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테스트 마켓, 밀레니얼스의 체험문화 현장,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관광과 쇼핑, 힐링의 나라를 만들면 어떨까.
셋째, 정치와 행정서비스를 국민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바꿔나가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나친 특혜와 권한, 무기력한 패거리 정쟁의 되풀이를 완전 일소할 수 있도록 법체계 개선해야 한다. 국민은 이와 같은 법체계 개선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뜻을 모아 제안하고, 분열되고 분산된 힘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