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가 조성하는 1000억달러(약 120조3000억원) 펀드에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가 속속 동참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애플은 소프트뱅크 IT펀드인 `비전펀드`에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공식발표했다.
크리스틴 휴겟 애플 대변인은 이날 “새로운 펀드가 애플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 개발을 가속화 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애플은 오랫동안 소프트뱅크와 협력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과 대만 아이폰 생산업체 폭스콘도 비전펀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설립자도 비전펀드에 출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IT 주도 기업의 비전펀드 참여는 최근 불거진 IT거품 우려를 해소하고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와 카타르 국부펀드도 소프트뱅크와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향후 5년간 자사 보유현금 250억달러를 비전펀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도 5년간에 걸쳐 450억달러를 출자하기로 했다.
애플을 제외한 다른 기업의 투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소프트뱅크와 사우디 국부펀드가 약속한 투자액에 IT대기업과 중동 펀드 지원이 합쳐지면 1000억달러 목표 자금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구글과 인텔 등과 달리 대규모 투자계약을 회피했기 때문에 비전펀드에 10억달러 투자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FT는 전했다. 애플은 240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보유량을 투자할만한 곳을 물색하고 있다.
WSJ는 지난해 애플이 중국 차량공유 업체인 디디추싱에 10억달러 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과 함께 이번 펀드 참여 역시 “투자 전략의 이동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아이폰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업영역 창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주로 신생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스타트업 투자 펀드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딥 러닝(Deep learning) 등 인공지능(AI) △로봇(robotics) 분야를 비롯한 첨단 기술 부문이 핵심 투자 대상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