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 | 방송] KBS2 '하숙집 딸들'에 거는 기대와 우려

[ON+View | 방송] KBS2 '하숙집 딸들'에 거는 기대와 우려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KBS 예능국이 오는 2월 ‘하숙집 딸들(가제)’를 편성한다.

KBS는 그간 ‘여걸파이브’ ‘여걸식스’ ‘청춘불패’ 등으로 여성이 중심이 되는 예능을 방영해왔다. 다만 가장 최근 방송된 ‘청춘불패’가 2011년이었고, 남성 예능인들의 활개를 쳤던 약 5년간은 공백이 있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다시 여성예능의 물꼬를 튼 셈이다.

그 뒤를 이을 ‘하숙집 딸들’은 올해 첫 예능프로그램 새 편성이다. 여기에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하숙집 딸들’과 비슷한 시기인 올해 상반기 시즌2를 예고했다. KBS가 여성예능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숙집 딸들’은 하숙집을 배경으로 이미숙이 하숙집 안방마님, 네 딸들이 하숙집을 찾아온 하숙생들과 각종 리얼한 상황 속에서 웃음과 재미를 추구하는 시추에이션 리얼 버라이티 예능을 표방한다.

이미숙을 비롯해 박시연, 이다해, 장신영, 윤소이 등 5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던 배우들의 조합으로, 이들의 예능감이 시청자들에게 통할지 궁금해진다.

‘하숙집 딸들’ 정희섭 PD는 “센 언니, 센 예능이 아니다”라며 “캐릭터나 이미지가 온순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우리 목표는 대본만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리얼 프로그램에서 옆집 언니같이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정 PD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함께 게임도 하고 토크도 한다. 완전한 리얼리티가 아니라, ‘시추에이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을 표방한다는 것을 봤을 때 일종의 콩트 포맷일 것으로 보인다.

콩트는 예능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추세였지만, 최근 종합편성채널 JTBC ‘아는 형님’이 날 것의 멘트로 트렌드를 잡으며 콩트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 상황극과 함께하는 틀과 기획의도를 비춰봤을 때, ‘하숙집 딸들’에게서 여성판 ‘아는 형님’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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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하숙집 딸들’에는 베테랑 예능인이자 콩트에 최적화된 박수홍과 이수근이 하숙집 남자로 합류, 예능에 처음 도전하는 배우들을 이끌어나간다.

정 PD는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여 박수홍과 이수근을 보이지 않는 MC로 섭외했다”며 “이수근은 상황극을 워낙 잘하고 친화적인 예능인이라 출연진과 자연스러운 호흡을 펼칠 것이고, 박수홍은 중심을 잡고 깔끔한 진행을 펼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오히려 이런 점이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PD의 말에 비춰보면, ‘하숙집 딸들’은 MC들이 큰 그림을 그려주면 배우들이 그 안에서 역량을 펼치는 모양새다. 여성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긴 하지만, 어찌됐든 방송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MC들이다.

‘여성예능’으로서 밸런스를 잡기 위해선 배우들과 MC의 역량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이미숙을 비롯한 이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배우들이다. 특히 우연히도 이미숙, 이다해, 장신영, 박시연 등 논란 및 사연을 겪었던 이들이다. 여론이 썩 긍정적인 판도는 아니다.

아울러 ‘여성예능’이라는 이름하에 이뤄지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남녀의 성별 구분이 뚜렷하다. 집의 호스트는 여자들이고, 게스트는 무조건 남자다. 남자 게스트는 하숙집에 입성하기 위해 제시된 미션을 통과해야 한다.

사실 ‘여성예능’이라는 말은 어느 순간 남성 방송인들이 활약하며 생긴 불균형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말 자체가 성차별적인 발언일 수 있지만, 방송의 모습을 이르는 말로 쓰여 왔다.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경우 ‘여성’이라는 점보다 ‘꿈’이라는 목표가 강조됐고, ‘청춘불패’ 또한 다함께 어울려 지내는 재미가 주가 됐다.

‘하숙집 딸들’은 리얼 예능을 추구하는 만큼 성차별적인 시선이 쉽게, 무의식적으로 개입될 수 있어 조금은 조심스럽다. KBS 예능국이 꾸준히 성별의 밸런스를 맞춰온 만큼, 이번 새 예능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와 우려가 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