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네트워크 운영비용 절감으로 통신사업자 경쟁력 확보

[기고]네트워크 운영비용 절감으로 통신사업자 경쟁력 확보

2015년 뉴욕타임스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컨슈머 리포트`에서 발표한 시험 결과 스킨, 로션 내용물의 17~25%는 용기 안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케첩이나 마요네즈도 무려 3~15%가 용기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벤처 회사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 용기 내벽을 미끄럽게 코팅하는 방법으로 내용물을 빠르고 쉽게 모두 배출하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요즘에는 케첩 내용물이 용기에서 쉽게 나온다는 걸 눈치 챈 사람도 많을 것이다.

기업들은 대부분 `어떻게(How)`보다 `무엇을(What)`에서 경쟁력을 찾으려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본질과 관련된 부분일 것이다. 스킨·로션과 케첩의 예를 다시 보면 기업은 피부에 더 많은 영양을 주고, 트러블이 적은 스킨·로션을 만들려고 투자한다. 소비자에게 더 맛있는 마요네즈나 케첩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이 밖에도 사용자가 좀 더 편리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용기에 남는 내용물을 최소화해서 소비자가 제품을 비용 대비 효율 높게 사용하도록 하는 노력 또한 중요한 가치가 됐다.

정보기술(IT) 시장에서도 유사한 바람이 불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10여년 전부터 인프라 투자에 발생되는 총소유비용(TCO)의 절감을 위해 꾸준히 구매 프로세스 혁신을 이뤄 왔다. 벤더별 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설비투자(CAPEX) 비용을 성공리에 낮춰 왔다. 반면에 네트워크 운영 입장에서는 어려운 점이 더 많아졌다. 여러 벤더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운영자 교육 투자 비용과 시간이 증가하게 됐다. 운영 중에 발생된 실수가 대형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었다. 네트워크 운영자 역량은 최적의 네트워크 설계를 통한 효율 운영보다 여러 벤더 장비를 잘 다룰 줄 아는 쪽으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CAPEX 절감에도 반드시 한계가 있다. 어떤 벤더라 하더라도 생산 총원가 이하의 가격은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통신 사업자로부터 CAPEX 중심 정책에 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CAPEX보다 네트워크 운영비용(OPEX) 절감 효과가 더욱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OPEX 비중은 CAPEX 대비 4배 정도 높기 때문에 절감 효과도 더 크다. OPEX는 자발 노력에 따라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도 농후하다.

OPEX 절감을 위해 적극 검토되는 방법이 바로 오케스트레이션이나 오토메이션이라 불리는 네트워크 자동화 솔루션이다. 오케스트레이션은 통신 사업자의 네트워크 인프라 상위 단계에서 서비스 추가, 변경에 따른 네트워크 장비 구성 정보를 손쉽게 바꿔 주는 역할을 한다.

운영자가 벤더별 장비 구성 방법을 숙지할 필요가 없다. 장비 구성 변경 도중에 발생하는 운영자 실수로 인한 장애도 막을 수 있다. 서비스 추가나 변경 때 인프라 구성 변경에 소요되는 시간을 짧게는 10여분 단위로 단축시켜서 서비스 출시 속도를 높여 준다.

두 번째는 바로 가상화다.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로 기존의 어플라이언스 형태 네트워크 장비에 투자되는 구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서비스별로 분리된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합, 분할손(分割損)도 줄일 수 있다. 실물 장비 구성 시간을 최소화시켜서 서비스 딜리버리 시간을 줄이고 비즈니스 민첩성까지 확보, 통신 사업자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5G와 같은 미래 전략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프라는 좀 더 유연하고, 지능화하고, 안전해야 한다. 자동화와 가상화는 이제 사업자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화두가 되고 있다. IT 산업 환경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 변화 속에서 통신 사업자들이 새로운 도약을 맞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박재범 시스코코리아 통신사업부 부사장 jaepark@cis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