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알파고, 네트워크 그리고 수출

[기고]알파고, 네트워크 그리고 수출

알파고는 강했다. 아니 지금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새해 시작과 함께 세계 바둑계는 다시 한 번 알파고로 술렁이는 모양이다. 인터넷 바둑계에 홀연히 나타나 세계 최고수들을 상대로 전승한 닉네임 `master`가 알파고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압승, 우리에게 충격을 줬다. 이번에는 인터넷 바둑으로 세계 최강자를 꺾었다. 최근 한·중·일 3국의 1인자가 모두 알파고에 무릎을 꿇었다.

알파고 모습을 보며 네트워크의 힘을 새삼 느낀다. 알파고는 일개 제품이 아니라 네트워크다. 알고리즘인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이야말로 네트워크 전형이다. 네트워크는 시간과 공간 제약을 무위로 만든다. 알파고는 수천 년 동안 쌓아 온 바둑계 역사와 경험을 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극복한다.

우리 기업의 수출 지원 현장에서도 네트워크의 힘을 실감할 때가 많다. 최근 여러 문제로 중국 시장 진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정책의 불확실성이 문제다. 수출 선결 조건인 인증·인허가 때문에 중국 진출을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험 인증 네트워크는 이 같은 기업을 돕기 위한 무기가 되고 있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중국 네트워크가 좋은 사례다. 중소기업의 중국 진출을 위한 시간과 공간 제약을 줄이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한다.

KTR는 지난해 9월 중국 인증기관 CVC와 중국 강제인증 CCC 인증 과정에서 KTR의 시험성적서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은 중국 자율인증 대상 제품 시험을 우리나라 KTR를 통해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해 7월 중국이 도입한 전기전자제품 유해 물질 사용 제한 규정에 따른 추가 시험 역시 KTR를 통해 받을 수 있다. KTR는 미용기기 등 9개 제품군에 대해 전기안전시험 등 중국 자율인증 획득을 위한 시험을 준비한다.

시험인증기관의 글로벌 진출로 혼자 힘으로는 해외 시장에 나가기 역부족인 우리 중소기업을 도울 중요한 현지 거점이 구축되고 있다. KTR는 5개 중국 내 지원(支院)을 통해 31개 중국 기관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우리 기업은 이를 통해 현지 인증, 인허가, 통관 등 수출 전 모든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난관을 넘을 수 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주년을 맞아 KTR 등 우리나라 시험인증기관과 중국 품질인증센터(CQC) 간 중국 강제인증 대상인 전기전자 전체 품목에 대한 국제 공인 시험성적서를 상호 인정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이 역시 네트워크 힘으로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도우려는 노력이다. 산업부는 나아가 중국 광저우, 톈진, 다롄에 `해외 FTA 활용지원센터`도 만들었다. KTR와 같은 관점으로 현지에서 수출 기업을 돕기 위한 거점을 확대한 것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 시장을 지키기 위해 방패를 친다. 요즘 가장 강력한 방패는 시험·인증 및 인허가 등 이른바 기술규제장벽(TBT)이다.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는 이 방패를 뚫어야만 한다. 알파고가 수천 년 역사 속에서 수많은 바둑기사가 전수해 온 현재 인간의 바둑 기술을 네트워크 힘으로 뛰어넘듯 시험인증기관은 글로벌화와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우리 기업이 각국의 기술 규제 장벽을 넘는 것을 도와야 한다.

KTR 역시 올 한 해 동안 글로벌화, 네트워크화로 세계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현장에서 더욱 적극 도울 계획이다. 수출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이기 때문이다.

변종립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원장 byunjr@kt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