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과제

김영우 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김영우 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해마다 1월이 되면 세계 언론은 스위스의 산골마을 다보스에 주목한다. 스키 휴양지로 알려진 다보스는 인구 1만명의 소도시에 불과하지만 세계지식포럼(WEF)이 열리기 때문이다. 일명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이 행사는 해마다 시의적절한 화두를 제시,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올해는 `대응과 책임있는 리더십`을 주제로 오는 17~20일 열린다.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1971년에 창립돼 올해 47회째를 맞는 다보스포럼은 그동안 정치·경제·안보 등 다양한 이슈를 다뤘고, 4차 산업혁명은 크나큰 관심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정의가 다양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 전체 생산 과정 최적화를 추구하는 프로세스를 뜻한다.

4차 산업혁명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독일은 신흥국의 가격경쟁력과 선진국의 기술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차세대 산업 전략을 제시했다. 독일은 개별 기기를 자율 제어할 수 있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을 도입했다. 이것은 기존의 고정된 중앙제어식 일관공정시스템이 유동분산제어식으로 바뀜을 의미한다. 소비자의 개별 취향에 맞는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나아가 차별화를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국내도 4차 산업혁명 논의가 활발하다. 제조업과 ICT 분야에서 세계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에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는 중요한 도전과 기회가 될 것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대한 준비 및 대응 정도 <단위: %> 우리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4차 산업혁명을 전혀 모르고 준비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중소기업중앙회.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대한 준비 및 대응 정도 <단위: %> 우리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4차 산업혁명을 전혀 모르고 준비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중소기업중앙회.

첫째 생산성 향상과 제품 고급화에 집중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은 생산비용 최소화와 품질 극대화에 초점이 있다. 증기기관 발명(1차), 전기와 석유의 저가에너지 활용(2차)은 생산 동력의 변화였다. 그러나 컴퓨터와 자동화(3차)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은 ICT로 생산과 소비 과정 전체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4차 산업혁명은 생산성 향상에 집중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ICT는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흔히 4차 산업혁명에서는 사물인터넷(IoT), 로봇,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이 거론된다. 이런 기술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새로운 생산 방식을 위한 수단이다.

이에 따라 ICT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일본은 지난해 4월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신산업구조 비전`에서 ICT가 어떤 산업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이며, 일자리와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하게 분석한 바 있다.

셋째 기술 기반형 창업에 집중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사람의 노동력을 로봇이나 AI가 대체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전 세계에 걸쳐 창업이 강조되는 이유는 생산 방식 변화에 따라 일자리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미래 고용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2020년이 되면 주요 15개국에서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기술 기반형 창업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유통업 전반의 시대 전환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우리 실정에 맞는 제조업과 ICT 결합을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지속하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을 시점이다.

김영우 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kyw@win-wi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