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인수 시도했던 광고회사 대표 ‘묻어버려’ 협박 받아…“국가조직폭력배 아닌가 생각했다”
‘컴투게더’ 한상규 대표가 박근혜 정부에 대해 “국가권력을 손에 쥐고 하는 국가조직폭력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검찰이 최순실 씨의 광고대행사 포레카 인수 시도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적인 개입정황이 있었다고 밝힌 가운데 광고회사 컴투게더 한 대표는 이 과정에서 협박까지 받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차은택 씨와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등 5명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차씨는 포스코 계열사인 광고대행사 포레카를 빼앗기 위해 우선 협상자였던 컴투게더의 한모 대표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히 이날 공판에서 포레카 인수 시도에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 측은 “안 전 수석은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포레카) 매각절차에 문제가 있으니, 권오준 회장 등과 협의해 해결 방법을 강구해보라고 강하게 질타해 그 내용을 권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또한 11일 컴투게더 한상규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방문 중인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한 사실에 대해 “참담했다. 이런 어마어마한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 못 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순실이 왜 포레카를 노렸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한 대표는 “최씨, 차씨가 2014년 말부터 몇 개의 광고회사를 차리기 시작했다. 1년 후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을 앞두고 미리 준비를 했던 거고(기업광고수익조차 챙길 의도), 여기에 더해 대통령 수행사업, 즉 청와대 비즈니스에 광고회사가 필요했었을 것이다”라며 “마침 포스코가 팔려고 내놓은 ‘포레카’라는 회사를 얻게 되면 정말 자기들이 원하는 모든 비즈니스를 다 수행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뺏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한 대표는 “저희가 인수한 게 2015년 9월 1일인데 약 1년 반 전인 2014년 4월 청와대에서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를 인수하자라고 모의를 한 서류가 나온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이걸 인수하기로 미리부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입찰이 시작된 게 2014년 11월이었는데 그대는 곧 이어서 정윤회 사건, 문건이 터지기 시작한 때여서 이 양반들이 그걸 잘 모르고 타이밍을 놓치고 있었던거 같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저희하고 롯데그룹하고 두 군데가 복수의 우선협상 대상자가 됐었다. 그런데 롯데그룹으로 가게 되면 대기업을 등치기는 힘들 테니까 일단 중소기업으로 보내고 그다음에 80%내지 90% 뺏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협박이 시작된 시점에 대해서는 “2015년 3월 초였다. 단독 우선협상 대상자가 되려고 치열하게 겨루는 중에 협박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아직 100% 단독 우선협상 대상자가 되기도 전이다. 그런데 왜 그런 자격도 없는 나한테 내놓으라고 하느냐 라고도 얘기했다. 제 입장에서는 포레카라는 회사의 대표가 제가 잘 아는 광고계 지인들을 데리고 나타나서 이런 협박을 시작할 때 믿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 대표는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의 만남에서 송 원장의 협박 발언 녹취록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녹취록을 들어보면 “막말로 묻어버리라 까지도 나왔대요. ○○거기다 세무조사 다 때릴 수 있어요. 안 되게 하는 방법은 108가지도 넘어요. ○○형님, 예를 들어서 제 생각에○○”라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한 대표는 “(협박의) 강도가 굉장히 높아졌다. ‘묻어버리겠다’라든지 그런 단어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녹음 내용은) 송 원장이 그들을 묻어버리라고 한다라는 얘기를 간접화법으로 전한 거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들이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그때 재단이라는 얘기를 처음 들었다.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이 생기기 훨씬 전이었다. 재단에서 묻어버리라고 한다는 얘기가 나와 그 당시에는 이해를 못했었는데, 지금 알고 보니까 그 후에 재단설립을 염두에 두고 있던 것 같다”며 “제가 말을 안듣고 단독으로 계약하고 인수하려는 자세를 취하니까 자기들도 급했던지 계속 하루에도 여러 번 전화하고 찾아오고 하면서 강도를 점점 높여갔다. 윗분한테 보고를 했더니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예를 들면 80%를 자기들이 가져간다고 했을 때, 제가 말을 안 들었으니 당신은 괘씸죄로 우리가 90%를 가져가게 됐고 10%가 줄었다. 그러다가 당신은 지분이 없는 걸로 됐다. 자기들이 100% 가져가고 저는 0%다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 윗분이 누구였냐고 묻자 한 대표는 “나중에 김영수 대표에게 ‘어른이 도대체 누구냐. 얘기좀 해 줘라’ 했더니 ‘안 전 수석이다’ 라고 얘기했었다”며 “대통령이 이런 일에 관여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다. 저희는 아주 작은 중소 광고회사일 뿐이다. 큰일을 하셔야 될 분들이 작은 이권에 전전긍긍하셨는지 참 안쓰러울 따름이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저희도 매일매일 뉴스를 접하면서 이게 정말 대통령인가, 이게 정말 청와대였던가 이런 생각들이 많이 든다. 질이 안 좋은 사람들한테 과분한 힘이 주어지니까 주체하지 못해서 자멸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실은 인양될 것이다. 감옥 갈 사람들은 갈 것이다. 저희 회사의 꿈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깜짝깜짝 놀라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고, 또 촛불 들고 이 추운 날 길거리에 나서는 일 없게 정치하시는 분들이 제발 좀 국민들 만큼만 애국심을 가지고 정치를 해 주십사 부탁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이윤지 기자 yj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