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팩트스톰 앞의 한국]우리나라는 4차산업혁명 대응 `소리만 요란`

[퍼팩트스톰 앞의 한국]우리나라는 4차산업혁명 대응 `소리만 요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앞으로의 세계 경제·산업 지도를 재편할 거대한 `퍼펙트 스톰`이다. 이 같은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각국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다. 우리 주력 산업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혁신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 국가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 대응 수준은 아직 미미하다. 실제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 USB가 139개국 대상으로 조사한 4차 산업혁명 적응 수준 분석 결과 우리나라는 25위에 머물렀다. 미국(5위)·일본(12위)·독일(13위)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16위), 말레이시아(22위), 체코(24위) 보다 낮은 수준이다. 경제 전문가도 올해 경제 정책 기본 방향으로 `경제 활력 제고`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첫 손가락으로 꼽는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공급 과잉과 후발국 추격으로 우리나라 주력 산업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생산과 수출도 구조상 둔화될 우려가 크다.

정부는 `부랴부랴` 4차 산업혁명 컨트롤 타워를 만들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 정책 방향 가운데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우선 민·관 합동으로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신설, 기술과 산업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전반의 혁신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위원회는 경제부총리가 주재하고 관계 부처 장관과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오는 4월까지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과 연계한 `4차 산업혁명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포함한 중장기 산업 정책과 관련한 뚜렷한 컨트롤 타워가 없고 역할도 미미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또 국가 중점 데이터를 추가 선정해 개방하고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도 확대키로 했다. 관련 R&D 예산은 지난해 3147억원 수준에서 올해 4381억원으로 40% 가까이 늘렸다. 뇌과학, 산업수학 등 기초 과학과 핵심 및 응용 기술에 대한 전략 R&D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단계별로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정부가 `톱다운` 방식으로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은 시작부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민간 요구가 중심이 되는 대응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김갑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의 4차 산업혁명 대응은 민간 기업이 선두에 서고, 기술 개발과 확산 과정에서 필요한 정부 지원 정책이 뒷받침하는 구조”라면서 “우리 정부도 민·관 합동 전략위원회 신설을 통해 대응에 나섰지만 기존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등을 중심으로 주도하는 R&D 정책 기조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술보다는 정부가 `기획`해서 내려주는 기술 개발 정책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리만 요란한` 정부 정책보다는 민간 참여가 보장되는 실효성 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민간이 자체 조직을 만들어 우리 산업계에 실제로 필요한 핵심 기술을 발굴하고, 이 같은 목소리를 정부가 정책으로 뒷받침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