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현행화`했습니까.”
올 들어 정부청사를 출입하는 직원이 자주 듣는 말이다. 일상에서 잘 쓰지 않던 `현행화`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친숙해졌다. 정부가 연초 서울, 과천, 세종, 대전 4개 청사에 얼굴인식 시스템 시범운영을 시작하면서다.
행정자치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지난 3일부터 4대 정부청사 출입을 통제하는 스피드게이트 일부에 얼굴인식 카메라를 설치했다. 3월 본격 적용에 앞서 테스트하는 차원이다.
얼굴인식 도입은 지난해 초 공무원시험 응시생의 서울청사 무단침입 사고 이후 결정됐다. 당시 응시생이 훔친 타인 출입카드로 청사를 수차례 다녀갔지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청사 방호관이 상시 출입자 3만2000명, 일일방문객 6000명(4대 청사 종합)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 행자부는 지난해 5월 얼굴인식 도입을 담은 청사 보안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정보기술(IT)업체 시스원이 얼굴인식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청사관리본부는 오는 23일부터 시범운영 게이트를 늘린다. 3월 4대 청사 스피드게이트 186개 라인 전체에 얼굴인식 시스템을 정식 운영한다.
청사에는 컬러 영상 기반 얼굴인식 기술이 도입됐다. 시스원이 국내외 주요 공항과 항만 등에 공급한 `센트리 자동출입국심사대`를 청사 환경에 맞춰 재개발했다.
인식 데이터가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실제 사람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라이브니스 체크`도 가능하지만 아직 적용되지는 않았다. 인식 속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범운영 결과를 분석해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시범운영 3주차에 접어들지만 안정화 단계는 아니다. 사진 데이터베이스(DB) 교체작업을 미리 하지 않은 탓에 직원 얼굴을 정상적으로 비교하지 못한다. 정부 인사DB에 등록된 사진 대부분이 오래 전 촬영됐거나 과도한 `뽀샵(사진보정)` 처리가 됐기 때문이다.
청사관리본부는 사진 현행화 작업을 서둘렀다. 모든 직원에게 최근 6개월 이내 촬영한 사진을 새로 등록하도록 했다.
기자가 시험해보니 인식률은 나쁘지 않았다. 기자는 사진을 재등록하지 않고 기존에 쓰던 서울청사 출입용 사진을 사용했다. 2011년 사내용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배경이 흰색으로 청사관리본부가 권장하는 여권사진과 유사하다.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총 11차례 서울청사 출입과정에서 세 번의 인식오류가 발생했다. 출입카드를 댄 후 1초가량 정지한 상태에서 시도하면 무난하게 인식, 통과했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아직 사진DB 문제가 있어서 인식률을 논하기는 어려운 단계”라면서 “지금은 사진 현행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처음 시도되는 시스템으로 인한 직원 혼란은 풀어야 할 숙제다. 사진 보정처리가 어느 정도 가능한지, 안경 등 액세서리 착용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등에 관한 궁금증이 크다.
얼굴인식 알고리즘은 눈, 코, 입과 전체 얼굴 윤곽선을 중심으로 특징점을 추출한다. 피부톤 보정 수준의 사진처리는 문제없지만 턱선을 깎고 눈을 키우는 등 윤곽선 보정은 인식률을 낮춘다. 눈매를 가릴 정도로 큰 테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안경은 괜찮다. 헤어스타일이나 화장 역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얼굴 윤곽선을 가리는 헤어스타일은 피하는 편이 좋다.
원본사진 품질이 우수하면 보안성과 인식속도가 함께 올라간다. 상반신 전체가 나오는 사진은 부적절하다. 얼굴이 사진 면적에서 60% 이상 차지해야 한다. 여권사진 규격이 언급되는 이유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전용 등록장비로 촬영하는 것이다. 주기적인 사진 교체를 의무화하는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
이용자 인식 개선도 요구된다. 보안 수준을 높이면 편의성은 일정 부분 감소가 불가피하다.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청사관리본부 차원에서 직원의 보안 인식을 제고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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