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플레이, 통신부품 소자 등 국내 광(光) 산업이 좀체 하락 국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장 시계`가 멈출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광 산업 관련 기업은 정부가 광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한 2001년 551개사에서 2011년 2170개사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하락세다. 2014년에는 1955개사로 전년 대비 77개사(3.8%) 줄었다. 고용 인원도 2013년 13만9227명에서 2014년에는 13만2815명으로 6412명 줄었다.
비록 전체 매출은 2013년 79조3451억원에서 2014년 81조2499억원으로 늘었지만 삼성과 LG 등 대기업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대부분이다. 한국광산업진흥회가 조사한 2015년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 100억원 미만 중소기업이 전체의 75.7%를 차지한다.
![[이슈기획] 위기의 광산업, 돌파구는 있나?](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7/01/16/article_16103848146437.jpg)
국내 광 산업체 경쟁력은 선진국 대비 67.07% 수준이다. 해외 마케팅 전담 부서를 보유한 비율은 26.8%에 불과하다. 반면에 해외 광 산업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6.6%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위기의 광 산업, 이유는?
업계에서는 광산업 성장 둔화 요인으로 중국산 저가 공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를 꼽는다. 광통신 부품업체는 정부의 광케이블망 보급, 즉 댁내광가입자망(FTTH) 구축 사업이 2012년 끝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영세 기업의 `제 살 깎아 먹기 식` 단가 인하 경쟁과 해외 수주 및 신기술 개발에 한계를 보인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으로 지적됐다.
광 산업 육성 3단계 사업이 끝난 2012년 이후 매년 50억원 안팎 공급자 중심 정부 지원책으로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특정 지역 편중성, 급여 문제, 숙련공 부족도 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전국 광산업체의 17%(344개사)가 모여 있는 광주 광클러스터 기업은 대부분 영세해 해외 수주나 신기술 개발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광주시 산업지형이 자동차와 에너지 분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한때 주력산업으로 전성기를 누린 광산업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광융합산업 진흥법`이 회생 카드?
광 산업을 지역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 온 광주시와 진흥회는 연내 제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광융합산업 진흥법`이 광 산업 경쟁력 회복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국민의당·광주 동남갑)을 비롯해 국회의원 22명이 지난해 말 공동 발의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총 4장 23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주요 내용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책무 및 육성 계획 수립 △광 산업 진흥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 기술 개발, 표준화, 국제 협력, 전담 기관 지정, 진흥단지 조성, 정보 보급 등이다.
이 법이 제정되면 광 기반 기술 활용 여건이 마련돼 지능화 및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은 융합으로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진흥회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법은 오는 2월 국회 임시회의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심사, 6~9월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및 공청회를 거쳐 9~12월 국회 본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12월 정부가 공포하게 된다.
하지만 `광융합산업 진흥법` 제정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정치권이 혼란스러운 상태인 데다 최근 정부가 입법·사법·행정부를 망라하는 4차 산업혁명 특별법 제정 작업에 착수하는 등 변수가 많다. 4차 산업혁명 특별법에 광 산업이 포함되면 희석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스스로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기대하기 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 생산하고 융·복합 산업으로 전환하는 등 시급히 내실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인철 광주광산업대표자협의회장(지오씨 대표이사)은 “광산업의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돌파구는 있기 마련”이라면서 “기업 간 출혈 경쟁 보다는 공동 연구개발과 판로개척, 마케팅 등 상생 협력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한국광산업진흥회>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