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뷰┃‘공조’] 힘 있게 써내려간 액션 영화…웃음까지 잡았다

출처 : '공조'
출처 : '공조'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 ‘공조’는 제목부터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액션을 맡은 현빈과 코미디를 맡은 유해진이 어떻게 한 작품에 녹아들 것인가가 중요한 가운데, 두 사람은 극명하게 다른 분위기를 가졌지만 따로 놀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두 사람의 조합으로 이뤄진 단순한 버디물으로 머물 뻔했지만, 감독은 결코 쉽지 않은 상대인, 김주혁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배치해 끝까지 긴장감을 가져간다.

북한 특수부대 출신 형사인 림철령(현빈 분)은 작전 중 북한의 최대 범죄 조직의 리더인 차기성(김주혁 분)에 의해 아내와 동료를 잃는다. 위조지폐 동판을 들고 서울로 탈주한 차기성을 잡기 위해 임철령은 국가적 임무와 개인적 복수를 위해 서울로 향한다.



북한은 차기성을 단순한 범죄자로 속이고 남북한 공조 수사를 요청한다. 북한은 남한에서 독사 같은 형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남한의 형사 강진태(유해진 분)는 80년대 복고풍 의상을 입고 나타나 웃음을 자아낸다. 사실 진태는 정직 해제와 1계급 특진을 노리고 임무에 참여한 것일 뿐이다. 이렇게 초반 어두웠던 스릴러 분위기는 서울로 온 후 반전된다.

남한 역시 차기성이 단순한 범죄자가 아닐 것이라고 의심하고, 기태는 차기성을 잡는 데 협조하는 척하면서 철령을 방해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이념과 목적, 문제해결방식을 가진 두 사람은 남북 협조 아래 3일 간의 공조수사를 시작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처음부터 삐걱댄다. 진태는 철령을 속이려 하지만, 눈치 빠른 철령에 의해 오히려 당한다. 영화의 가장 훌륭한 점은 두 사람이 쉽게 자신의 패를 다 꺼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해질 듯 하다가도 서로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사건은 새 국면을 맞이한다. 대놓고 코미디를 펼치는 진태뿐만 아니라 철령이 예상치 못한 일을 벌이거나 의외로 쉽게 속는 모습도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다.

이야기는 먼저 차기성이 아닌, 그의 부하 박명호(이동휘 분)를 찾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한다. 박명호 역을 맡은 이동휘는 그저 그런 북한 양아치처럼 보이다가도 추격전이 시작되면 얼굴을 달리한다. 특히 추격전을 마친 후 이동휘가 대책 없이 차를 몰고 현빈이 차문에 매달리는 이태원 카 체이싱 신은 아찔함에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공조’는 메인 장르를 ‘액션’으로 내세웠을 만큼 액션에 많은 힘을 쏟았다. 액션신은 한 두 장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일필휘지로 풀어내며 영화의 분위기를 힘 있게 만들어준다. 철령이 2층 고가도로에서 뛰어내리거나 물먹은 휴지로 커다란 덩치들을 한순간에 제압하는 신, 그리고 유해진과 현빈의 차 액션신 역시 머리가 뻐근해질 정도로 강렬함을 선사한다.

출처 :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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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에서 정의가 지켜지고, 누군가를 구해내고, 두 사람이 친구가 되면서 관객에게 따뜻함을 전한다. 남과 북의 이야기지만, 둘의 대립이나 이념에 관한 이야기를 깊게 파고드는 것은 아니다. 가볍게 다룰 소재는 아니지만, 다른 건 제쳐두고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는 현실적이진 않더라도 오락액션 장르로서 충분히 매력 있다. 자신의 진짜 상처를 털어 놓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공감하는 순간, 두 사람은 비로소 친구가 되어 서로의 편에 서게 된다. 감동의 강도는 약하지만, 액션과 코미디, 브로맨스는 모두가 적절하다. 앞서 ‘울어라’ ‘웃어라’ 직접적으로 이야기했던 ‘국제시장’ ‘히말라야’의 JK필름이 ‘공조’에서는 뻔한 눈물과 무리한 웃음을 빼고 적정한 선을 선보인다.

현빈은 과묵한 캐릭터로 많지 않은 대사 덕에 눈빛과 액션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데, 어두운 낯빛으로 잔인하면서도 상처 입은 남자의 모습을 표현했다. 생애 첫 액션 연기를 하게 된 현빈은 남성적 매력을 뽐내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앞서 액션 캐릭터를 영화에 녹아낸 원빈, 공유 등과 동일선상의 놓여진 느낌을 줘, 현빈 만의 캐릭터 구축은 다소 아쉽다.

김주혁의 새로운 얼굴도 볼 수 있다. 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김주혁은 지금까지 보여준 연기와 차원이 다른 깊이감을 선사한다. 그동안 보여줬던 코믹하거나 편안한 이미지를 싹 지우고, 묵직한 카리스마로 현빈-유해진 못지않게 극을 장악한다.

브라운관에서 로맨스물의 주연으로 활약하던 윤아는 능청스러운 푼수 캐릭터로 스크린에 데뷔하게 됐다. 진태의 처제이자 철령에게 한 눈에 반하는 인물로, 가진 것은 하나도 없지만 자신감 하나만은 최고다. 철령을 향해 대놓고 예쁜 척을 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하지만, 영화 말미 물음표를 남기는 사라짐은 관객들을 의아하게 만든다.

125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으로, 막판에 늘어지는 감도 있지만, 현빈과 김주혁의 마지막 대결을 향해 달려가기 위한 서사로도 볼 수 있다. 마지막 쿠키영상은 사족이지만, 보너스 신으로 보기엔 볼만 하다. 오는 18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