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방송] ‘미씽나인’, ‘로스트’&‘크크섬’과는 또 다른 표류기

출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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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하려면 외면 받을 위험성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지상파 미니시리즈들은 보편성을 바탕에 둔 로맨스물에 주력한다. 다만 지난해 MBC는 새로운 모험을 시도했고, 성공의 열매를 맛봤다. 만화주인공이 실제 살아있다는 설정을 가진 판타지 드라마 ‘더블유’가 높은 화제성을 자랑했던 것. 올해 MBC는 이것을 뛰어 넘어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오는 18일 첫 방송하는 새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은 표류기라는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 드라마는 과거 인기 밴드였지만 지금은 생계형 연예인인 서준오(정경호 분)의 전용기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인도에 추락하면서 시작한다. 무인도 조난 사고로 9명이 사라지는데, 사고 발생 4개월 후 유일한 생존자 라봉희(백진희 분)가 나타난다. ‘미씽나인’은 라봉희의 증언을 토대로 숨겨진 미스터리를 파헤치며 인간의 본성과 사회 각계각층의 심리ㆍ갈등을 그려낼 예정이다.

무인도에 추락하고,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는 점에서 ‘미씽나인’은 미국드라마 ‘로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로스트’를 패러디한 작품인 MBC 드라마 ‘크크섬의 비밀’ 역시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에 우스갯소리로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의 드라마화가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는 대중들의 생각만은 아니다. 앞서 연출을 맡은 최병길 PD 역시 “비교는 당연히 당할 것이다. 하지만 ‘로스트’와 비슷한 점이라면 비행기가 추락한 후, 그곳에서 생존해 나가는 것뿐이다. ‘로스트’는 섬에서 여러 인간 군상들이 대처해 나가는 것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미씽나인’에서 섬에 추락하는 것은 현실 세계로부터 잠깐 격리시키는 장치에 불과하고, 섬에 떨어뜨리게 된 전말이 더 중요하다. 인물들에겐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이 설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미씽나인’은 ‘로스트’와 달리 생존을 위한 ‘전반’과 진실을 파헤치는 ‘후반’의 이야기로 나뉜다는 것이다.

한국판 ‘로스트’로 불리는 ‘크크섬의 비밀’은 지난 2008년 40부작으로 그려진 드라마로, ‘더블유’의 송재정 작가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 등을 히트 시킨 후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시트콤형 드라마였다. ‘크크섬의 비밀’은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가던 중 조난을 당하게 된 자그마한 중견기업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코믹스릴러로, 무인도에서 생활하면서 현실 세계에서와 달라진 인간 관계를 맺게 된다. 어떤 이유로 무인도에 떨어졌지만, 40부작까지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시즌2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여전하다. 이에 ‘크크섬의 비밀’과 ‘로스트’의 팬들도 분명 다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씽나인’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

출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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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씽나인’ 관계자들은 무인도에 불시착해 거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이지만 무겁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미씽나인’엔 재난물로서 미스터리ㆍ스릴러도 담겨 있지만, 휴머니티를 다루기 때문에 밝은 분위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무쓸모’ 캐릭터를 담당하는 주인공 정경호가 코미디까지 담당해 다양한 장르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병길 PD는 ‘미씽나인’이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상당히 거대한 작품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들어 있어 복잡할 수도 있다. 짧은 말로 요약하면, 진실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과거에 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 진실을 아는 인물 1명이 있다. 그리고 조금 더 먼 과거에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 이 두 가지 사건이 연결되어 있는데, 그것을 알아가는 데 엄청난 방해물들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 PD는 이 작품을 “인간의 본성과 맞닿아 있다. 재난을 맞닥뜨렸을 때 본질을 파헤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반대편 쪽 논리는 다수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이건 드라마이기 때문에 두 편을 ‘옳다’ ‘그르다’로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진실에 대한 탐구를 다루는 드라마일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의 본성’을 말하고자 하는 PD의 기획 의도에 따르면 ‘무인도’는 최적의 장소다. 극단적인 생존 상황은 ‘인간의 본성’이 가장 드러나기 쉬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본성’과 ‘생존’이 만들어낼 인간의 날것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풀어낸다면 충분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생존극은 리얼리티와 처절함이 생명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세트나 미술, 분장 등 모두 ‘진짜’처럼 표현이 되어야 한다.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만큼 ‘미씽나인’은 반 사전제작으로 촬영됐다. 제주도 근처에서 촬영한 무인도 로케이션 촬영분은 완료한 상태이고, 현재는 서울로 돌아와 촬영 중이다.

마지막으로 ‘미씽나인’은 ‘불의의 사고가 일어났을 때 국민의 혼란을 잠재우고 수습하는 기성세대의 모습을 통해 현재 우리는 일련의 위기 사건들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미씽나인’은 단순히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장르물로서 기능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습 또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