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부품연구원(KETI)이 고품질 그래핀 플레이크를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흑연을 원료로 만드는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빠른 열전도성과 강철보다 200배 강하면서 유연해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그래핀은 제조방법에 따라 `CVD 그래핀`과 `그래핀 플레이크` 두 가지로 나뉘는데, 그래핀 플레이크는 고품질 대량 제조가 어려웠다.
KETI(원장 박청원)는 양우석 박사 연구팀이 그래핀 플레이크 양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흑연을 산화시켜 단층(Single Layer) 산화그래핀으로 만들고 이를 다시 환원해 그래핀을 제조하는 2단계 공정 기술을 개발한 것이 골자다. 불순물이 거의 없는 고순도 그래핀 플레이크를 제조하는 데 성공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산화그래핀은 쿠에트-테일러 유동법을 적용, 제조한다. 흑연이 든 용기에 소용돌이를 발생시켜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원리다. 기존 방식은 산화반응에 수 시간에서 수 일이 걸리고, 연속 제조가 불가능했지만 연구팀은 산화그래핀 제조 시간을 1시간 이내로 단축해 생산성을 높였다.
이렇게 제조된 산화그래핀은 산소를 제거하는 환원반응에 들어가는데, KETI가 개발한 기술은 이 때 플라즈마를 이용한다. 산화그래핀을 순간적으로 연속 고온 처리하는 `고온 플라즈마 처리법`으로 그래핀 플레이크가 재응집하는 현상을 없앴다.
양우석 박사는 “산화그래핀에서 산소를 제거하는데 주로 열을 가하는 방식(열적 환원법)을 썼는데, 이 경우 그래핀 플레이크가 서로 뭉치는 문제점이 있었다”면서 “고온 플라즈마 처리법으로 대량의 고품질 그래핀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KETI에 따르면 기존 보고된 그래핀 플레이크는 산소, 황 등 불순물이 4~15% 포함돼 있다. 이번 양산 기술로 만든 그래핀 플레이크는 불순물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고, 재응집 현상도 발견되지 않아 고순도 그래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기적 특성도 기존보다 1000분의 1 수준의 낮은 면저항을 갖는 것으로 측정됐다고 덧붙였다.
KETI는 그래핀 양산 기술이 확보돼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핀 소재 및 응용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해 국내 그래핀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