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너지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압력 등 부정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새로운 기회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정책을 감안하면 에너지자원 수입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도입처가 확대되고 사업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책 핵심은 `규제(화석연료) 축소`다. 기존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해온 녹색산업 정책이 오히려 에너지 시장 침체를 가져왔다고 주장하며 석유·가스 개발 규제를 해소해 수요공급을 모두 늘리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에너지 업계는 공약 이행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며 미국 내 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원유 도입을 타진한다. GS칼텍스가 지난해 11월 미국 원유 금수조치 해제 이후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미국 본토 원유를 도입했다.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도 검토 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도입처가 다변화된다는 것은 결국 판매자 간 가격 경쟁 심화를 의미한다”면서 “미국 원유는 경질유 성분이 많은 고급 유종으로 생산 제품 성격에 맞게 활용할 수 있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원유 도입의 중동 의존도는 85%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카타르 등이 주요 거래처다. 사우디가 공급 가격을 조절하며 아시아 원유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미국 원유 수출이 본격화하면 우리나라 정유사 입장에서는 바잉파워를 행사할 수 여지가 커진다는 분석이다.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사도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LPG 수입을 검토 중이다. SK가스, E1 모두 미국 휴스턴지사에서 LPG 도입처 발굴에 나섰다.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에 따라 LPG 가격도 하락하면서 미국산 LPG 가격 경쟁력이 사라졌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파나마운하 확장 공사가 끝나면서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뱃길이 50일에서 30일 정도로 줄어 수송비도 대폭 절감될 것으로 내다본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추진 등 다각도 통상압력을 행사하고 방위비 분담문제도 부각시키고 있다”면서 “원유 도입선 다각화 측면과 더불어 양국 외교 관계 분쟁 해소 차원에서도 미국 원유 도입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원개발(E&P) 업계도 미국에서 기회를 찾는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E&P사업 본사를 미국 휴스턴으로 옮기고 최동수 대표 등 전략기획팀 일곱 명을 미국으로 파견했다. 미국 내 셰일가스 광구 인수 등 현지에서 발생되는 인수합병(M&A) 기회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종합상사 업계는 석유가스전 지분 참여 등 기회는 물론 대규모 토목공사 등 인프라 건설, LPG 민자발전(IPP) 등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미국 원유, 셰일가스 개발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량자산 투자기회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원개발서비스기업 에너지홀딩스그룹의 박희원 대표는 “최근 오클라호마 스택, 텍사스 미들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석유가스전 M&A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등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E&P 시장이 활기를 찾는 분위기”라면서 “자원개발, 인프라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업계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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