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에 대한 국가적 투자가 커질수록 연구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연구에 임해야 합니다. 연구자들이 안주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미래에 더 큰 지원이 돌아오게 됩니다.”
박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부연구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30년 넘는 세월동안 기초과학연구에 해당하는 자성반도체 분야에서 성과를 내 왔다. 자성반도체는 1개의 전자가 갖는 양자역학적 개념인 `스핀`만으로 `1`과 `0`의 신호를 전달한다.
이러한 연구로 지난해 `올해의 한국과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비스무스철산화물(BiFeO3) 구조 분석, 소재 현상 발견으로 차세대 전자 소재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성반도체 핵심 소재인 자성원자층 제작, 인바(니켈, 철 합금) 성질 확인 등을 이끌었다.
박 부연구단장의 수상은 불모지에 가까웠던 국내 환경에서 연구를 지속해 얻어낸 것이어서 더욱 뜻 깊다. 지금은 국가가 기초과학연구를 강조해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상황이 달랐다.
박 부연구단장은 “대학은 연간 수백 만원의 예산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2002년에는 고가의 스키드마그네토미터(자기적성질 초정밀 측정 장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판매 책임자에게 사정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신이 속하기도 한 IBS에 거는 기대가 크다. 자신은 물론이고, 기초과학을 외면하는 현실적 어려움으로 하고 싶은 연구를 포기해야 했던 연구자들이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부연구단장은 IBS를 `연구자들이 한바탕 춤을 출 수 있도록 굿판을 벌이는 곳`이라고 비유한다. 능력과 열정만 뒷받침 된다면 그동안 엄두도 못 냈던 연구를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연구진이 세계 쟁쟁한 과학 선진국, 연구기관과 맞붙어 싸움을 벌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곳이 IBS”라면서 “그동안 인정받지 못한 신진연구자와 학생도 지원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부연구단장은 국내 기초과학 연구자가 보다 책임감을 갖고 연구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림픽 금메달, 월드컵에서의 승패가 그랬듯이 기초과학 분야도 쟁쟁한 세계 과학선진국과 맞붙어 국민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초과학 연구자가 공정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것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의지를 내 비쳤다.
이어 “IBS와 국내 기초과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감시도 불가피하다”면서 “연구 성과를 진득하게 기다리되 그 과정을 면밀히 살펴 능력 있는 연구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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