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홀로 아리랑 시대

[SBA 칼럼] 홀로 아리랑 시대

박정래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강의교수

병신년 후반부에서 정유년으로 넘어 오면서 갑자기 부각되는 사회특징 중에 하나가 싱글가구(1인가구)에 대한 관심이다. 우리 사회 모두가 이미 홀로 아리랑이다. 물론 이는 늘어난 결혼연령과 출산율의 저하, 교육·양육·주거 등 사회비용의 증가, 인구 노령화와 젊은 세대의 사회진출 지연 등에서 비롯한 예고된 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싱글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23.9%였던 1인가구가 2015년 27.2%로 지난 5년간 3.3% 증가하면서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싱글가구가 된 것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가 1월 8일 연구 발표한 ‘대한민국 2050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우리나라 싱글가구는 세 가구 중 하나로 3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싱글가구로 지속 분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현상인지 아닌지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싱글가구의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연령층과 35세 미만의 젊은 세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국가차원에서 복지비용도 커질 것이고, 정책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런 사회현상은 문화에도 유행처럼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9~10월 케이블TV 방송콘텐츠를 리드하고 있는 TvN에서 노량진역 부근의 학원 강사와 공시생들의 삶과 풍경을 그린 드라마 ‘혼술남녀’가 방영되어 출연배우와 OST, 등장 소품과 배경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지난 12월 네이버 TV캐스트에서 BT그룹이 제작한 ‘1인가구’라는 4회의 웹 드라마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아직도 꾸준히 시청되고 있다. 흔히 ‘혼족’이라 하며, 혼밥(혼자 밥먹는 것), 혼술(혼자 술먹는 것), 혼영(혼자 영화보는 것), 혼행(혼자 여행하는 것) 등 혼자하는 사회문화적 행태에 대한 용어들이 일반화되었다. SNS에 혼족을 위한 산책코스나 음식점, 카페 등이 소개되기도 하며, 온라인 쇼핑몰 ‘옥션’은 ‘혼자 있을 때가 좋을 때’라는 컨셉으로 혼족의 키워드를 그대로 차용해 지난 연말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마케팅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로 대표되는 20~30대의 싱글가구와 액티브 시니어로 명명하는 50~60대 이상의 싱글가구들은 이미 핵심 소비계층으로 등장하였다. 싱글 가구는 신상품 개발, 상품의 판매 및 유통방식, 제품 가격이나 마케팅 프로모션 활동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1코노미스트’라는 신조어는 2017년 마케팅트렌드를 나타내는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였다.

싱글가구의 증가는 꼭 이런 통계적인 수치들이나 외형적으로 드러난 사회문화적 현상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필자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바로 나의 일이고, 주변에 흔한 우리의 일이라는 것이다. 70년대 초반에 있었던 할아버님의 회갑연 때 기념사진으로 찍은 우리 직계가족들은 모두 63명이었다. 만 60세 회갑을 맞이한 한 할아버지 아래 1개 중대 병력이 훨씬 넘는 가족들이 있었고, 그 모습 그대로 대가족을 이루었었다. 그 당시 방학 때면 종형제·자매들이 최소 10명이상 이집 저집으로 몰려다니며 같이 놀고 교류했던 시기가 있었다. 가족의 규모와 세가 비슷한 처와 결혼한 뒤 필자가 한창 직장에서 일하고, 사회생활을 하던 중장년 때는 매달 거의 두세 차례 이상 양가 행사가 있었다. 그 당시는 벌써 핵가족이 일반화 되어 친척들도 가족단위로 교류를 하고 만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 30년 동안 할아버지를 비롯해 대부분의 윗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종형제들은 이제 50, 60대 이상 장노년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 종형제들은 겨우 명절을 앞둔 선산 사초나 벌초 때 간신히 얼굴 한번 보는 처지가 되었다. 정말 거짓말처럼 아들 딸 구분 없이 둘씩의 자식을 둔 종형제들 가운데, 자식들과 함께 모두 사는 가족은 거의 없는 상황이고, 자식들이 출가를 했든 안했던 대부분이 싱글가구로 나가서 뿔뿔이 살고 있는 게 현실이 되었다.

가끔 뵈는 어느 선배님은 가끔 혼밥을 드실 때마다 괜히 슬프고 눈물이 핑 돈다고 한다. 그 많던 떠들썩한 친척, 친지들이 모두 어디로 갔을까 하고. 홀로 계신 노모도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하고. 결국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싱글가구는 우리 모두에게 당면한 현실이고, 주변을 보면 ‘혼족’은 통계적 수치보다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보니, 나 자신도 집이건 집밖이건 혼밥을 먹는 비율이 과거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 직장을 다니며 독립한 딸아이와 대학가 원룸에서 학업 중에 있는 둘째 아이도 싱글 가구이고 ‘혼족’이라 할 수 있고, 전철, 서울의 식당가, 쇼핑몰,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도시 주변의 산이나 트래킹 길 등 어디나 혼밥, 혼행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 버렸다. 불과 40~50년 만에 대가족에서 소가족으로, 소가족에서 핵가족으로, 핵가족에서 1인가구로 우리의 가족은 빠르게 해체되었고 전혀 다른 세상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돌아갈 수 없다면 직접 부딪치고 즐기라고 했던가. 새로운 삶의 방법을 찾아 극복하는 것이 더 현명해 보인다. 이제 친지, 친구, 동료, 이웃, 동호인, 커뮤니티 등이 O2O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따로 또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시공 연결의 개념을 발전시키고, 신 사회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우리만큼 빠르게 새로운 모델을 만들 만한 조건을 가진 나라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 한해 우리의 고유명절 설날이 성큼 다가와 있다. 왠지 문득 가수 서유석이 불렀던 ‘독도’의 ‘홀로 아리랑’이 떠오른다. 어렵고 힘들 때 다양한 형태의 ‘아리랑’을 부르며, 한바탕 덩실덩실 춤사위로 풀어버리고 다시 시작했던 조상들의 DNA가 꿈틀 거린다.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홀로 아리랑의 후렴구)
올해는 불안정한 정치와 불황의 경제, 상처 입은 많은 국민들의 슬픔과 분노, 불확실성과 우리 주변을 둘러싼 백척간두 같은 국제정세 등이 벽두부터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 설 대명절을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도 크게 위축되어 있다. 그러나, 설이 되면 본능적으로 몸과 마음은 고향으로 향할 것이고, 고향에 가건 못가건 가족과 조상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 날 하루만이라도 모두 홀로 아리랑에서 벗어나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