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없는 연말정산이라더니 여전히 자료 출력 왜?

국세청·타기관 시스템 달라 주소지 변경 등 땐 증명서 발급 받아 첨부해야

종이 없는 연말정산이라고 불리는 `편리한 연말정산`이 지난해 첫 도입됐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종이문서 출력이 동반, 연말정산 이용자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과 타 기관 간 시스템 차이가 불러온 부작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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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연말정산 간소화, 편리한 연말정산 등 `종이 없는` 환경 구현을 위한 국세청 시스템 개선에도 종이 출력으로 인한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전자문서 원본 시스템을 적용한 국세청과 달리 여타 증명서 발급 기관은 대부분 출력된 종이문서만 원본으로 인정한다.

국세청이 제공하는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는 영수증 발급 기관이 제출한 4대 보험료와 의료비, 신용카드 등 14개 항목 증빙 자료를 전자문서로 내려 받거나 출력할 수 있다. 편리한 연말정산 서비스는 공제신고서까지 전산으로 작성, 온라인 제출을 지원한다. 회사 전산 환경에 따라 사실상 종이 한 장 출력하지 않고도 연말정산 처리가 가능하다.

전산으로 작성된 소득세액공제증명서류를 PDF파일 형태의 전자문서로 발급하고 진본 여부 확인 기술도 적용했다. 문서 왼편 상단에 찍힌 정부진본확인센터 인장에 문서 인증서를 담았다. 온라인으로 제출해도 원본으로 인정받는 공식 전자문서다.

연말정산 시스템 상으로는 종이문서 의존도가 낮지만 이용자 체감은 다르다. 연말정산간소화에서 조회되지 않는 각종 자료 제출과 지난해 결혼·자녀 출산으로 인한 부양가족 변동이나 주소지 변경 등이 있으면 원본 종이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한 30대 직장인은 “종이 없는 연말정산이라는 말에 기대했지만 부양가족 등록과 자료 제공 동의를 위한 가족관계증명서 출력을 위해 대법원 웹사이트에서 보안 프로그램과 한참 씨름했다”면서 “결국 점심시간에 근처 동사무소에서 증명서를 발급받고 다시 스캔, 국세청 시스템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전자정부 서비스로 제공하는 인터넷 증명 발급은 2000년대 초반에 시작돼 증명서 발급 보편 체계로 자리 잡았다. 공공 분야에서 인터넷으로 문서를 출력하기 위한 요건을 법령으로 규정하고 민간으로도 점차 확산됐다.

증명서 자체는 전자문서로 생성되지만 위·변조 방지 기술과 진본 여부 확인 기술 등을 적용, 출력한 종이문서만 원본으로 인정됐다. 증명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더라도 일단 종이로 출력, 스캔하거나 사진을 찍는 비효율이 발생했다.

업계는 종이 없는 연말정산이 정착하고 각종 증명서 발급 불편을 해소하려면 전자문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자문서는 위·변조가 쉽다는 우려가 컸지만 국세청이 진본으로 활용할 정도로 전자문서 관련 보안 기술이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전자문서 특성상 진본 확인을 위한 스캐닝 절차 없이도 다량의 전자문서 위·변조를 내용 기반으로 검증할 수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민·관 합동 워킹그룹에서 증명서를 전자문서로 발급하기 위한 `증명문서의 전자적 발급에 관한 지침`을 마련, KEC전자문서 표준으로 등록됐다. 증명서 발급량이 많은 공공 분야부터 전자문서 관련 법률 근거로 고시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진욱 전자문서산업협회 팀장은 “증명서가 전자문서로 발급되면 우선 출력을 위해 필요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출력 때 발생하던 오류가 사라진다”면서 “증명서를 이용자가 직접 제출하기보다는 발급 기관이 수령 기관에 이메일로 직접 발급하면 신뢰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