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의 `현금 곳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대기업 중 상당수도 두둑한 현금 곳간을 확보한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상장사의 매출 정체 속에서 구조조정으로 이익을 늘리는 `불황형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주주들이 배당에 거는 기대는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4조원에 육박하는 통근 현금배당을 발표한 것도 이런 기대감을 높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3조3300억원과 영업이익 9조2200억원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5년간 연속 3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금성 자산도 작년 말 기준 88조2000억원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1년 전 71조5360억원보다 17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다른 대형 상장사들의 `현금 곳간`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시가총액 100대 상장사의 작년 3분기 말 잉여현금흐름은 모두 55조274억원으로 1년 전 29조8829억원보다 118.0%나 급증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곳간`에 쌓아둔 상태를 말한다.
흔히 기업의 자금 사정이 얼마나 양호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세후 영업이익과 감가상각비의 합계액에서 자본적(투자적) 지출을 뺀 값으로 산출한다.
에프앤가이드가 작년 3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집계한 10대그룹 상장 계열사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보면 현대자동차는 7조578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18% 늘어났다. 기아차도 2조5647억원으로 57.79% 급증했다.
다른 상장사별 현금과 현금성 자산 규모는 현대건설이 2조3446억원으로 9.02% 증가했다. SK하이닉스와 LG전자는 각각 1조2147억원과 3조4885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137.88%, 17.80% 불어났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도 각각 1조759억원과 1조8961억원으로 각각 93.23%, 52.10% 증가했다.
롯데그룹 계열 중에선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 규모가 각각 2조212억원과 1조7617억원으로 각각 7.51%, 6.48% 늘어났다.
현대중공업은 1년 전보다 40% 가까이 늘어난 4조2000억원 규모의 현금 관련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 규모도 23.17% 늘어나 1조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대형 상장사들이 두둑한 현금 곳간을 보유하면서 올해 상장사들의 배당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보통주 1주당 2만7천500원씩 모두 3조8503억5000만원 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은 작년 코스피 상장사의 전체 순이익이 100조원을 넘어 주주 배당 역시 사상 최대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기업의 이익이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했다”면서 “투자 측면에서 기업이 보유한 현금,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