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바커, 한국 전자재료 사업에 힘 싣는다

독일계 글로벌 화학기업 바커(Wacker)가 한국 사업을 강화한다. 전자재료 사업 연구개발(R&D)을 한국에 맡긴 데 이어 생산 역량도 대폭 확장한다. 세계 전자산업에서 우리나라가 가진 주도권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 디스플레이 호황의 중심지로 한국을 지목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바커케미칼코리아(대표 조달호)는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독일 생산 제품의 판매액까지 합하면 연간 매출은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1996년 한국법인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번 호실적은 반도체 호황 덕분이다. 바커코리아는 반도체 제조 핵심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들여와 판매한다. 국내 생산 품목은 아니지만 매출 기여도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의 거물급 반도체 기업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수혜를 입었다.

바커의 `루미실` 실리콘 LED 봉지재
바커의 `루미실` 실리콘 LED 봉지재

이에 따라 바커의 한국 내 전자재료 사업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내년 1분기 충북 진천에서 신공장이 가동을 시작한다. 전자, 자동차, 조명 산업에 사용되는 특수 실리콘 재료를 생산한다. 한국에서 개발한 발광다이오드(LED) 봉지재, 디스플레이 광학 접착(Optical Bonding) 실리콘을 곧바로 양산할 수 있는 구조다.

2010년부터 운용해온 기존 공장은 건축용 실리콘 실란트가 주력이었다. 전자재료를 생산할 수 있는 소규모 설비를 갖췄지만 공간 제약으로 증산이 어려웠다. 신공장이 완성되면 기존 생산설비까지 새 공간으로 통합, 이전한다. 독일 본사는 공장 신설에 1600만유로(약 200억원)를 투입한다.

이 구상대로라면 바커의 전자재료 사업 중심지로 한국이 급부상하게 된다. 바커는 지난 2012년에도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실리콘전기전자기술연구소(CoEE)를 세웠다. 전자산업 강국인 한국의 특수성을 활용한 글로벌 R&D센터다.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글로벌 실리콘 전자 재료 기술연구소(CoEE). 자동차, 조명 및 전자산업용 스페셜티 실리콘이 개발된다. 이 실리콘 제품들은 진천의 새로운 생산 시설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글로벌 실리콘 전자 재료 기술연구소(CoEE). 자동차, 조명 및 전자산업용 스페셜티 실리콘이 개발된다. 이 실리콘 제품들은 진천의 새로운 생산 시설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판교 CoEE는 LED 봉지재 신제품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 출시하는 등 성과도 높다. 신공장이 가동되면 이곳 R&D 역량이 양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실란트 공장 일부 장비로 시험 생산을 했지만, 신공장에서는 실리콘 전자재료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춘다.

바커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높은 실적을 거뒀고 올해도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진천 신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판교 R&D센터가 개발하는 다른 전자재료의 생산 역량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