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과연봉제, 공정한 무대와 정당한 평가

김홍길 전력거래소 기획본부장
김홍길 전력거래소 기획본부장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놓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도 많은 공공기관이 진통을 겪고 있다. 찬성하는 사측과 반대하는 노측, 그 갈등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단순한 내부 갈등에서부터 반대 시위, 심지어 소송까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대해 반대하는 노조 측 주장은 다양하지만 그 근거는 대체로 동일하다. 성과연봉제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성과연봉제 기준이 되는 평가제도에 대한 불신일 것이다. 내가 일한 만큼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 그리고 그에 따른 불안.

성과연봉제는 기존 호봉제의 연공서열식 평가와 보상 체계를 극복하고 `일한 만큼 정당하게` 평가받고 보상받는 제도다. 호봉이라는 폐쇄된 울타리에서 탈피, 공정한 무대 위에서 노력하고 성과를 낸 만큼 정당히 평가받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러한 성과연봉제를 두려움 없이 수용하기 위해서는 직원 간 합의로 도출된 공정한 평가제도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성과연봉제에 대한 노사 간 소통과 이해, 전 직원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구축한 새로운 평가체계. 전력거래소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중점을 두고 노력한 부분은 바로 이 두 가지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3월 전 직원 대상 설명회를 시작으로 한 해 동안 30회가 넘는 설명회를 개최했다. 초기에는 경영진과 직원 간 직접 대면 등을 통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의 필요성과 평가제도 개선 방향을 적극 설명, 5월에 노사 합의를 끌어냈다. 이후 평가 체계 구축에 대한 합의점 도출을 위해 세부 사항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7월부터 `임금 및 평가제도 개선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 회의를 16회 개최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 직원이 참여한 `신 근무성적 평정제도`를 구축했다. 새롭게 도입된 근무성적 평정제도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활용, 직무 능력 중심의 평가 체계를 갖추는 데 초점을 뒀다. 우선 기존의 2개에 불과하던 일반 직무 역량 항목을 620개의 세부 직무로 구성해 객관성을 높이고, 전 직원의 직무 역량을 본인이 담당하는 업무 중심으로 직접 작성토록 함으로써 수용성을 제고했다.

그 결과 전력거래소는 노사 간 공감대와 합의점 도출을 통해 지난해 12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필요한 관련 규정의 개정과 신 평가제도에 따른 평가를 모두 완료했다. 물론 전력거래소도 그 과정에서 직원의 성과연봉제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라는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지금까지도 노조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많은 타 기관과의 차이점은 성과연봉제 본질에 대한 노사 간 소통과 화합이라는 기조 아래 공정한 무대를 만들고, 전 직원 간 합의로 도출된 정당한 평가 제도를 통해 그 어려움을 현명히 극복해 나갔다는 데 있다.

2016년 한 해를 강타한 인기 주말 예능 가운데 가면을 쓰고 노래 대결을 펼치는 모 방송사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방청객들은 무대 위 가수가 누구인지도, 어떤 외모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노래를 듣는다. 가수 본연의 목소리와 노래 실력으로 `실력대로` `공정하게` 평가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가면을 벗는 순간 환호성이 나오기도 하고 탄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결과에 대해 불복하지는 않는다. 공정한 무대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2017년 붉은 닭의 해,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 묵은해보다 더 우리 사회가 편견을 깨고 `능력 중심사회`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그리고 공공기관이 선도해서 도입한 성과연봉제와 그에 따라 형성되는 문화가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사회로 이끄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김홍길 전력거래소 기획본부장 hkk807@kpx.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