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 가치 기업 애플이 보유한 현금이 눈덩이처럼 불어 지난해말 기준 2460억달러(약 284조원)에 달했다. 기업 인수 등을 할 수 있는 돈으로, 2016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조9290억달러(CIA월드페이스북 기준, 세계 14위)의 12.75%에 해당한다. 2016년 스리랑카 GDP(2378억달러, 세계 62위)보다 많다.
지난해 가을 출시한 새 아이폰(아이폰7·아이폰7플러스)이 잘 팔린 덕분에 애플은 지난해말 끝난 2017회기 1분기(2016년 10~12월)에 사상 최대 분기 실적도 거뒀다. 이로써 4분기 만에 성장세로 전환하는데 성공하면서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이 기간 아이폰 판매량도 분기 최대치인 7830만대를 보였다. 애플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는 서비스 부문 매출도 호조였다. 애플 최고재무임원(CFO)은 “향후 4년간 서비스 분야 매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사상 최대 분기 매출 기록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2017회기 1분기에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3.3% 증가한 783억5000만달러(약 90조원)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로는 사상 최대다. 월가 예상치도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이로써 3분기 연속 이어진 감소 행진도 종지부를 찍었다. 애플은 2016회계 2분기(2016년 1~3월)에 분기 매출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한 이후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매출 증가와 달리 2017회기 1분기 순익은 2.6% 줄어든 179억달러에 그쳤다. 분기 매출총이익률은 38.5%로 전년 동기(40.1%)보다 낮아졌다. 새 아이폰의 배터리 수명과 메모리 용량이 늘어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분기 아이폰 판매 사상 최대
매출에 이어 아이폰 판매도 이 기간(2017회기 1분기)에 7830만대에 달해 분기 최다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판매한 스마트폰보다 80만대 정도 많다. 판매량을 매출로 환산하면 543억8000달러다. 애플 전체 매출의 69% 수준이다. 1년 전(7480만대, 516억4000만달러)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5% 정도 늘었다. 시장은 7742만대를 예상했는데,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가 히트했기 때문이다. 특히 듀얼카메라를 장착한 아이폰7 플러스가 더 잘 팔렸다. 사상 최대 분기 매출과 아이폰 판매에 힘입어 이날 애플 주가는 전일보다 3.5%나 상승했다.


◇스리랑카 GDP보다 많은 현금 보유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2017회계 1분기 현금 보유액도 2460억9000만달러로 뛰었다. 전분기(2376억달러)보다 84억9000만달러 늘어났다. 스리랑카 2016년 GDP(2378억달러)보다 많고, 덴마크(2648억달러) GDP보다 적다. 우리나라 GDP(1조9290억달러)의 12.75%에 달하는 수준이다. 2014년 4분기만해도 현금 보유액이 1550억달러였던 애플은 이후 꾸준히 늘어 2015년 3분기에 2000억달러대로 올라섰고 이제 2500억달러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중화권에서는 고전
애플은 미국과 캐나다, 서유럽 전체, 일본, 호주에서 아이폰 판매 대수가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을 포함한 홍콩, 대만 등 그레이터 차이나(중화권)에서는 부진, 매출이 1년 전보다 11.6% 감소한 162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오포와 비보, 화웨이 등 중국 현지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내놓아 애플 점유율을 잠식했다.
◇서비스 분야도 호조
앱스토어와 아이클라우드, 모바일 결제(애플페이), 음악 및 비디오 부문 매출인 서비스 분야도 1년 전보다 18% 증가한 71억7000만달러 매출을 기록,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전체 매출의 9% 정도를 차지했다. 특히 앱스토어는 지난해 12월 30억달러 매출을 올리며, 월간 최고 매출을 보였다. 애플페이 사용자도 지난 1년 간 3배 정도 늘었다. 실적 관련 콘퍼런스콜에서 애플은 지난해 애플페이 트랜잭션이 1년 전보다 50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임원(CFO)는 “서비스 부문 하나만으로도 매출이 포천 100 회사에 들어갈 정도”라며 “4년 안에 서비스 부문 매출을 두 배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아이패드는 부진
아이폰 이외 다른 하드웨어 제품 판매는 부진했다. 아이패드가 대표적이다.
1330만대를 팔아 55억달러 매출에 그쳤다. 1년 전에 비해 판매댓수는 19%, 매출은 22% 하락했다. 아이패드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7%였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새 맥북프로도 판매가 1%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2분기 전망
애플은 오는 3월말 끝나는 2017회기 2분기 매출과 관련 “515억∼535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장 전망치는 540억달러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