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유지보수 세계 2위 기업 스피나커서포트(이하 스피나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높은 유지보수비로 속앓이를 하던 정부와 기업의 선택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독과점인 오라클, SAP 유지보수 영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스피나커가 다음 달 초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다. 스피나커는 오라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과 SAP 전사자원관리(ERP) 등 주요 소프트웨어(SW) 제품 유지보수 전문 기업이다. 2008년 미국 창업 후 ADT, 소니, 보쉬 등 세계 500개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는 영국(런던), 싱가포르, 인도(뭄바이) 등 주요 국가에 지역 헤드쿼터를 설립하고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국지사는 일본과 중국 시장을 아우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거점 역할을 맡는다. 다음 달 채용을 마무리한 후 국내 시장을 우선 공략한다.

지난해 9월에는 시장 1위 업체인 리미니스트리트가 한국에 진출했다. 리미니스트리트는 예상 시기보다 1년 앞당겨 국내 지사를 설립했다. 국내 고객 수요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년 이내에 국내 기업 100개 확보를 자신했다.
세계 1·2위 업체가 다퉈 한국에 진출한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오라클, SAP 등 외국계 SW 유지보수비를 줄이려는 국내 고객 수요가 많다.
오라클, SAP는 국내 DBMS와 ERP 시장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공공과 대기업 대부분이 사용한다. 오라클과 SAP가 해마다 받는 유지보수비는 구매한 SW 가격 20%에 이른다. 글로벌 정책을 앞세워 20%대 유지보수 요율을 고수한다. 공공과 기업 고객은 해마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라클은 지난해 유지보수 서비스에 차기 버전을 끼워 판다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글로벌 유지보수 전문 업체가 제시하는 서비스비는 오라클과 SAP 절반 수준이다.
김상열 한국리미니스트리트 지사장은 “SAP가 지난해부터 국내 SW 감사를 강화하면서 SAP에 대한 국내 고객 불만도 높다”면서 “이미 대기업 여러 곳과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도 많은 고객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라클과 SAP 국내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

SAP코리아는 2015년 매출이 3171억원(2016년 공시)을 기록했다. 한국오라클은 지난해 DBMS에서만 매출 5000억원대를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수입 절반을 유지보수에서 벌어들인다. 고객이 유지보수 전문 업체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매출은 줄어든다.
유지보수 전문 업체 진출이 국산 SW 유지보수 요율을 높이는 데에도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SW는 외국계 SW보다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유지보수비를 받았다. 지난해 공공 부문에서 15%까지 유지보수 요율을 높였지만 시장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 시스템통합(SI) 업체 대표는 “유지보수 예산을 받으면 외국계 SW가 먼저 비용을 지불한다”면서 “외국계 SW 유지보수비를 제외한 나머지 예산에서 국산 SW 사용료를 지급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미니스트리트 진출 이후 대체 가능한 SW에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외국계 SW 유지보수비 절감이 국산 SW 유지보수비 증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