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車 성능 테스트 `1번지`로 자리 잡은 영하 40도 설원

매년 겨울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업체는 성능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사람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혹한 지역을 찾는다. 이곳은 3월에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극한의 날씨가 계속되므로 자동차 업체에는 조금 더 오랜 시간동안 성능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흑하(黑河) 시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동계 주행시험장에서 펼쳐진 주행시험 모습 (제공=현대모비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흑하(黑河) 시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동계 주행시험장에서 펼쳐진 주행시험 모습 (제공=현대모비스)

꽁꽁 얼어붙은 호수는 자동차 업체의 천연 주행장이 되고 눈으로 뒤덮인 드넓은 설원은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한 스노트랙(Snow Track)이 된다. 이곳에서 완성차 업체는 새롭게 출시할 신규 차종의 겨울철 주행능력을 검증한다. 부품업체는 신규 개발품을 완성차에 탑재해 성능과 내구성을 시험하고 다른 수많은 부품과 유기적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시험 대상은 제동 및 조향 관련 부품이다. 영하 40도를 웃도는 기온에서 최대 1m 두께로 얼어버리는 미끄러운 빙판 코스와 스노트랙은 극한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최적 조건을 제공한다. 동계시험장은 제동 관련 제품이 양산단계에 들어서기 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최근 자동차 전장품 비중이 현격히 높아짐에 따라 신뢰성 테스트도 중요해지고 있다. 전장품은 전기전자로 제어되는 부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디오, 내비게이션은 물론 스마트크루즈컨트롤, 차선이탈방지 등 첨단운전자보조지원시스템(ADAS)까지 포함된다. 이들 제품은 기계적 부품보다 온도에 더 민감한 탓에 극한 온도에서 기능 및 성능 검증이 필수다.

현대모비스는 매년 스웨덴과 중국, 뉴질랜드 등 동계시험장에서 양산 및 선행개발 부품 성능개발과 신뢰성 평가를 한다. 한국 기준으로는 스웨덴과 중국은 겨울철에, 뉴질랜드는 여름철에 동계 테스트가 진행된다.

현대모비스 스웨던 동계 테스트장 (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스웨던 동계 테스트장 (제공=현대모비스)

시험장은 육상트랙(Land Track)과 호수트랙(Lake Track)으로 나뉜다. 대부분 설원에 펼쳐진 눈길이나 빙판길로 보면 된다. 육상에는 핸들링, 경사로, 도심주택로, 비대칭로, SUV전용 험로코스 등을 설치해 제동 안전성, 등판능력, 언덕밀림지지 같은 성능을 평가한다. 호수 트랙에도 직선로와 원선회로, 핸들링로 등 다양한 주행 환경을 마련해 극한 상황에서 차량이 제동 및 조향 능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발휘하는지 평가한다. 테스트 현장에는 완성차 관계자들이 참여해 합동평가를 진행한다. 평가 과정과 결과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2015년 11월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차세대 ESC 통합형 회생제동(iMEB)은 양산 적용에 대비해 실차 평가가 한창이다. iMEB는 친환경차에 탑재될 차세대브레이크시스템으로 기존 주제동, 차체제어(ESC), 잠김방지(ABS)와 같은 제동 성능에 회생제동 기능이 통합된 브레이크시스템이다. 회생제동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량이 감속하거나 멈출 때 손실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으로 친환경차 연비 향상에 핵심 요소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흑하(黑河) 시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동계 주행시험장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흑하(黑河) 시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동계 주행시험장

자율주행시대를 대비한 ADAS 기술도 혹한의 악조건에서 평가를 한다. 자동긴급제동장치(AEB)는 운전자 부주의 시 센서로 전방 차량을 감지해 차량을 긴급 제어하는 장치다. 불빛에 의한 난반사 등 주변 환경 영향을 받아 오작동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빙판길 같은 겨울철 도로 상황에서는 제동이나 차량 제어 성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악조건 속에서 AEB 작동성능을 검증하고 오작동 시에도 운전자 안전을 위해 차량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fail safe)을 평가할 계획이다.

동계테스트 현장에 투입되는 인원은 극한의 환경에서 실차 평가를 해야 하는 만큼 고난도 운전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매년 드라이빙 스쿨에서 담당 연구원의 운전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