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행정자치부에 `개인영상정보보호법` 제정 보류를 권고했다. 별도로 입법하지 말고 기존 법령에 편입하라는 주문이다. 강제성은 없지만 행자부 입법 작업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위원장 이홍섭)는 최근 전체회의에서 `개인영상정보보호법` 제정안에 대한 개인정보 침해요인을 평가하고 `개선권고` 의견을 냈다. 위원회는 “개인영상정보 관련 별도 입법을 추진하기 보다는 `개인정보보호법`과 하위법령에 편입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는 내용을 담은 결정문을 행자부에 보냈다.
개인영상정보보호법 제정안은 행자부가 영상기기에 의한 개인영상정보 침해를 막기 위해 지난해 말 수립했다. 지난달 24일 입법예고를 마치고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를 대기 중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영상정보 보호원칙, 안전성 확보 조치 등 일부 조항이 기존 개인정보보호법과 유사하거나 중복되고 △영상정보 수집·이용에 관한 일부 조항이 개인정보보호법에 반하고 △개인영상정보 삭제,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 등에 관한 일부 조항을 수정·보완해 개인정보보호법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점 등을 개선권고 이유로 명시했다.
이를 종합해 개인정보 보호 효율성과 법체계 정합성 유지, 개인영상정보 규범 추가로 인한 혼란 방지, 정보주체의 자기정보결정권 침해 방지 측면에서 기존 법령에 편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대통령 소속으로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국가 최고 행정기관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미 제정안을 놓고 여러 시민단체가 우려를 표한 상황에서 국가기관까지 부정적 의견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시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대의견서를 냈다.
행자부는 개인영상정보보호법 별도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위원회를 비롯해 입법예고 기간 접수된 의견을 제정안 보완에 반영하되 독립법령 제정 작업은 지속할 방침이다. 기존 개인정보보호법은 고정형 기기에 국한돼 차량용 블랙박스, 웨어러블 카메라, 드론 등 다양한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다루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행자부 관계자는 “기존 법령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영상정보처리 환경을 다루기 어렵다”면서 “영상정보보호를 기존 법령에 담으면 자칫 사회와 기술 변화에 뒤처지는 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영상정보보호법 제정안은 행자부·국무총리실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이 과정에서 법 취지를 살리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