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었는데, 통신비가 비싸다고만 한다. 통계가 이것을 정확히 반영해줘야 한다.”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성태 의원(새누리)과 변재일 의원(더민주) 주최로 열린 `제4차 산업혁명과 통신정책의 혁신`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통신비 통계 분류체계 개편 의견을 제시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용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정책그룹장은 통신비 통계가 빠르게 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그룹장에 따르면 모바일 데이터 수요는 단지 통신 용도뿐 아니라 콘텐츠(C)와 플랫폼(P), 디바이스(D) 증가에도 영향을 받는다. C-P-D 증가는 곧 데이터 이용량 증가로 이어진다. 가전제품이 늘어나면 전기요금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통신서비스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을 반영, 단순 비용 관점이 아닌 비용과 편익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그룹장은 “통신서비스 이용실태와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통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 통계 분류 체계 개편 동향에 맞춰 국내 실정에 맞는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장은 통신서비스 비용과 통신장비 비용 혼용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 실장은 “통신비에 단말기 할부금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 통신비가 과대평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통신비 개념 재정립으로 이 같은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성수 ETRI 기술경제연구본부장은 “미국은 통신 관련 지출 대부분이 `가사·주거비`에 포함돼 있고 통신서비스만 통신비로 분류하는 등 국가별로 통신 지출 목적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통신비 범위가 달라진다”면서 “국내 실정에 맞는 통신비 범주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별도 논의와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신비 통계 분류체계 개편 작업이 산업 활성화에만 치우쳐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편익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통신비가 비싸지 않다`는 착시현상 주려는 의도로 통계 개편 작업이 진행돼선 안 된다”면서 “통신 정책이 소비자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비 통계 체계 개편을 위한 정부 차원의 준비가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전영수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지난해 말부터 가계통신비 개념 재정립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통계청, 통신업계, 학계 등 전문가들과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TF 논의를 통해 통신비 개념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UN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갖고 통신 부문을 중심으로 `목적별 소비지출분류(COICOP·코이캅)`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마련한 잠정 개정안은 기존 대분류인 `통신` 항목을 `정보통신`으로 확대 개편하고 오락과 문화 분야까지 껴안았다. 세부적으로는 정보통신장비와 소프트웨어, 정보통신서비스를 포괄한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