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뷰┃‘퍼스널 쇼퍼’] 불확실성 속에 걸쳐진 욕망…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저력

사진=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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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실험적인 시도로 가득 찬 ‘퍼스널 쇼퍼’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 단 한 순간도 명확한 정답을 건네지 않는다. 보통, 영화의 결말이 다가올 때 확실한 결론이 나기 마련인데 ‘퍼스널 쇼퍼’는 오히려 또 다시 모호한 질문을 이어 간다. 대신,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그을 작품이란 결론만큼은 분명하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원톱으로 나선 작품의 타이틀인 ‘퍼스널 쇼퍼’는 말 그대로 한 개인을 위해 대신 쇼핑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파리에서 클라이언트 키라의 퍼스널 쇼퍼로 살아가는 모린(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은 그 덕에, 상상도 못할 고가 브랜드와 한정판을 직접 고르며 화려함 속에 묻혀있을 법한 착각을 부른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그녀의 것이 아니다. 잠시 대신 착용을 하는 순간에도 설사 키라의 귀에 들어갈까, 노심초사하기에 바쁘다.



세련된 포스터에 속아 현대적이고 활기찬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모습을 상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영화 속 그녀는 철저하게 고독하며 우울감에 빠져있다. 세달 전 죽은 쌍둥이 오빠 루이스를 갈망하며 그가 살던 집에서 머무르며 영혼을 마주하려 애쓴다. 퍼스널 쇼퍼이기 이전에 영매로TJ, 영혼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그녀는 루이스와 먼저 세상에 없는 사람이 신호를 보내기로 약속을 한 바. 그러나 그녀는 알 수 없는 영의 존재와 소통하며 점차 내면에 잠들어있던 욕망을 일깨우기 시작한다.

사진=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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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린이 고독과 금기로부터 벗어나 자신을 찾아가는 시발점은, 타인인지 자신인지 모를 존재에 의해 욕망이 발현되는 순간이다. 자신이 패션의 주인공이길 꿈꾸고, 화려한 옷의 주체가 되고 싶던 욕망을 눌러오던 그녀는 물꼬를 튼 순간부터 대담함은 확대된다.

이 영화는 현실과 상상 속 그 경계에 걸쳐져있다. 그녀의 몸은 현실 속에서 바삐 살아가고, 상상 속에 가둔 욕망은 꿈틀거린다. 영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판타지로 느끼게끔 혼돈을 줄 수 있으나, 사실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스크린을 통해 투영시킨 것과 다를 바 없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지만, 그것을 감춘 채 생활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 영화는 우리가 그것을 자각할 수 있게끔 연속적으로 질문한다.

이러한 질문의 장치로 사용했던 것이 ‘퍼스널 쇼퍼’의 하이라이트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문자 시퀀스다. 정체불명의 존재로부터 문자를 받는 모린과 대화를 나누는 시퀀스는 가히 압도적이다. 특별한 사진도, 그림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덜덜 떨리는 손과 메시지 창만 가득할 뿐이다. 하지만 적당한 간격을 두고 쏟아지는 텍스트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사진=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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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브 오즈 실스마리아’에 이어 다시 한 번 더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호흡을 맞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은 ‘퍼스널 쇼퍼’를 통해 그녀를 향한 두터운 신뢰를 내비친다. 유달리 롱테이크와 페이드아웃 사용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는 더욱 깊숙하고 다채롭게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감정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대사가 많지 않은 모린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선 몸짓과 눈빛의 힘을 절대적으로 믿어야 하는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훌륭하게 충족시킨다. 그녀의 얼굴을 더욱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미세한 입술 떨림과 손가락의 진동은 역시 관객을 매료시킨다.

다만, 영화 전체가 불확실성으로 감겨 있어 집중하지 않으면 관객들의 의아함을 자아내기에 십상이다. 상상의 범주를 한계 없이 열어놓았기에, 명확성을 선호하는 관객들은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다. 2월 9일 개봉 예정.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