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이주희의 감독코드] 자비에 돌란, 파괴함으로서 얻어낸 특별한 사랑

[ON+이주희의 감독코드] 자비에 돌란, 파괴함으로서 얻어낸 특별한 사랑
[ON+이주희의 감독코드] 자비에 돌란, 파괴함으로서 얻어낸 특별한 사랑
글 : 이주희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글 : 이주희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자비에 돌란 감독은 엄마와 아들 간의 애증 관계, 동성 간의 사랑 등 자전적 이야기를 디테일한 감정선으로 그려낸다. 동시에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연출가의 독특함을 동시에 담고 있다. 특히 그는 겉 표면이 우둘투둘하고 커다란 바위와도 같은 가족 관계에 주목한다. 그는 위태로운 가족 관계를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직접 깨트리고 파괴한다. 한참을 깨트린 후에 다시 한 번 가족들을 바라보면, 그 안에는 ‘사랑과 진심’이라는 작지만 빛나는 알맹이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답답하고 무례하고 거칠지만, 결국 따뜻할 수밖에 없다.

자비에 돌란 감독은 ‘천재’ 또는 ‘아이돌’로 불린다. 만 16세 때 만든 시나리오인 ‘아이 킬드 마이 마더(I Killed My Mother)’를 통해 만 19세에 칸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이후 2014년엔 최연소로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이 되어 ‘칸의 총아’라고 불리게 됐다. 지난해인 2016년엔 ‘단지 세상의 끝’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및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했고, 이제는 거장으로 불려도 될 만큼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총 6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하면서 그는 많지 않은 배우들과 작업을 해왔는데, 앤 도벌, 나탈리 베이, 니엘스 슈나이더, 쉬잔느 클레먼트, 모니아 초크리 등 첫 작품부터 함께 해온 배우들과 꾸준히 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정주행하다보면 배우들이 전작과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의 한 요소다. ‘단지 세상의 끝’에서는 처음으로 유명 배우인 마리옹 꼬띠아르, 뱅상 카셀 등과도 작업하며 대중과 더 가깝게 만났다. 2017년엔 처음으로 영어 영화인 ‘더 데스 앤 라이프 오브 존 F. 도노반(The Death and Life of John F. Donovan)’을 연출해 할리우드에 내놓을 예정이다.

또한 자비에 돌란은 연기를 하기 위해 연출을 시작한, 배우 겸 감독이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 등 자신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미술, 패션, 음악 등 다방면으로 재능을 발휘하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글 : 이주희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글 : 이주희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 ‘아이 킬드 마이 마더(I Killed My Mother)’

-줄거리
중학생인 아들 후베르트(자비에 돌란 분)는 엄마(앤 도벌 분)가 싫다. 그래서 그는 엄마에게 ‘입에 치즈 묻히고 먹지 말라’ ‘운전하면서 화장하지 말라’라며 끊임없이 지적질 한다. 엄마도 아들에게 이혼한 남편과 똑같은 말만 한다고 맞받아친다. 다만 후베르트는 엄마가 아끼는 그릇을 깨버리려다가 그저 ‘나는 엄마가 싫어’라고 말할 뿐이다. 어느 날, 엄마는 아들이 게이라는 사실을 남의 입을 통해 안 이후 화가 나서 후베르트를 기숙학교로 보내버린다.

-주목할 점
1. 엄마
사춘기 시절엔 누구나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믿는다. 나는 완벽한데,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엄마는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들 후베르트는 “하느님인지 부처인지 모르는 누군가가 나한테 엄마를 잘못 보내줬다. 만약 우리 둘 사이가 모자 사이가 아니었다면 사이가 좋았을 것이다”고 말한다. 카메라가 두 사람을 잡지만, 두 사람을 한 가운데에 놓지 않고 상대방을 전적으로 잘라내 버린다. 둘은 바로 옆에 앉아 있지만, 마치 허공을 향해 말하는 듯하다. 끊임없이 흑백 화면으로 끼어드는 후베르트의 인터뷰 역시 극의 불안한 분위기에 한 몫을 한다.

엄마는 아들의 남자친구 엄마에게 “우리 애들 사귄지 두 달째라면서요?”라는 말을 듣는다. 어렸을 땐 뭐든지 자신에게 말하던 아들인데, 커버린 후엔 그렇지 않는 것 같아 섭섭하고 기분이 나쁘다. 엄마는 후베를 기숙학교에 보내버리고, 후베는 너무 화가 나서 “나 볼 생각도 하지도 말아라. 내가 오늘 죽으면 어떻게 할거야?”라고 소리 지른다. 엄마는 혼잣말로 “그럼 난 내일 죽을 거야”라고 대답한다. 후베르트는 어렸을 적, 엄마가 자신의 뒤를 쫓아와주던 모습을 떠올린다.

2. 조력자
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에는 다툼의 주체인 주인공과 그의 마음을 알아주는 선생님과도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 ‘마미’에서는 교사 출신의 카일라, ‘단지 세상의 끝’에서는 형수가, ‘아이 킬드 마이 마더’에서는 선생님 엘렌이 그 역할을 한다. 후베는 선생님에게 “이때쯤 다른 애들은 엄마 싫어하는데 나는 엄마 좋아한다. 하지만 내게 엄마는 전부가 아니다”라고 털어놓는데, 그녀는 “엄마도 네가 전부는 아닐거야”라고 조언해준다. 특히나 카일라ㆍ엘렌 모두 상처가 있는 사람으로서, 주인공을 돌봐주다가 오히려 주인공에 의해 상처를 치유 받는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3. 애인
후베르트는 게이인 것을 그대로 받아주는 남자친구네 집안을 좋아한다.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남자친구와 언제나 달콤한 연애를 할 줄 알았다. 이후 기숙학교에서 도망치면서 남자친구에게 데리러 오라고 하는데, 남자친구는 “나는 너 뒤치다꺼리 해주는 보모 아냐. 불쌍하게 쳐다봐도 이제 안 불쌍해. 그런데 사랑해”라고 말한다. 이는 최신작인 ‘단지 세상의 끝’에서도 엄마가 “우리가 너를 이해 못하는 건 맞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널 사랑해”라고 말했는데, 이 말은 자비에 돌란 감독이 가족 간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보는 부분이다.

글 : 이주희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글 : 이주희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 ‘마미’

-줄거리
싱글맘인 디안(앤 도벌 분)은 ADHD증후군 아들 스티브(안토니 올리버 피론 분)를 보호하며 일까지 하느라 매일매일이 벅차다. 우연히 알게 된 이웃집 사는 카일라(쉬잔느 클레먼트 분)는 과거 어떤 트라우마로 말을 더듬는다. 현실이 아닌 자신들만의 세계에 사는 디안과 스티브와 함께 할 때 카일라는 말을 더듬지 않는다. 이에 디안은 카일라에게 스티브를 부탁하고 일을 하러 나간다.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 세 사람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과거 스티브가 한 잘못을 해결하기 위해 세 사람은 현실로 나오게 된다. 겨우 넓어졌던 그들만의 세상은 다시 좁아졌지만, 디안은 결코 희망을 놓지 않는다.

-주목할 점
1. 형식의 파괴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한국현대시 중에서 가장 문제적인 시를 하나 선택한다면 1934년에 발표된 이상의 ‘오감도’를 꼽을 수 있다. 띄어쓰기를 거부한 이 시인은 까마귀의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봤다. 이처럼 2014년 자비에 돌란 감독은 영화의 비율을 거부하고 ‘마미’를 1:1 비율로 만들었다. 1:1비율은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현실’이라는 답답한 프레임 안에 갇힌 엄마와 아들 스티브가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거리낌 없이 달려 나갈 수 있을 때, 비로소 프레임은 넓어진다. 하지만 스티브의 잘못으로 인해 불행이 닥쳐오는 순간, 프레임은 슬며시 좁아지고 만다. 돌란 감독은 이 장면을 그저 프레임을 넓히고 좁히는데 그치지 않고, 주인공인 스티브의 손으로 직접 프레임을 열어젖히는 형식을 사용했다. 영화 속 이 장면은 짜릿한 전율을 일으킨다.

2. 아들과 엄마, 엄마와 아들
자기 자신도 버거운 엄마는 ADHD증후군의 아들을 어떻게든 데리고 현실 속을 살아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아들이 엄마를 사랑하는 방법은 과격하다. 엄마를 위해 목걸이와 먹을거리를 잔뜩 준비하지만, 도둑질을 의심하는 엄마에게 죽음의 위협을 느끼게도 만든다. 하지만 엄마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고 손에 입을 맞추는 행위는 숭고하기까지 하다. 아들은 “언젠가 엄마도 나를 안 좋아할 거야. 그래도 나는 엄마를 사랑할거야. 엄마는 내 1순위이니까”라고 말한다. 엄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는 너를 더 많이 사랑할거야. 넌 갈수록 날 덜 사랑하겠지만. 그게 세상 섭리다”라고 한다. 아들은 “우리 아직 사랑하는 거 맞지?”라고 묻고, 엄마는 “우리가 제일 잘 하는 게 사랑이잖아”라고 대답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