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 ‘OO’, 자이언티와 대중의 교집합

디자인=정소정
디자인=정소정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택시기사 아버지가 양화대교를 건너 퇴근해, 잠들어있는 아들의 머리맡에 별사탕과 라면땅을 두고 피곤에 지친 몸을 눕힌다. 성인이 된 아들은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라며 가족을 향한 애정을 보인다. ‘양화대교’는 이토록 따뜻한 음악이었다.

자이언티는 이 노래 발매 이후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원 히트 원더로 그의 활약은 끝나지 않았다. 꾸준히 노래를 만들어 보였고 이제는 ‘음원 깡패’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양화대교’처럼 가족에 대해 노래하지 않지만 따뜻한 음악이라는 느낌은 여전했다.



지난 1일 발매한 ‘OO’는 자이언티가 아메바컬쳐에서 더블랙레이블로 이적 후 선보인 정규 앨범이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의 음악은 예전과 비슷한 듯 다르다. 음악 동료였던 쿠시와 피제이는 여전히 자이언티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이언티의 내면을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Q. 오랜만에 정규 앨범을 낸 소감이 어떤가

“‘도깨비’ OST가 일단 음원 강자로 있었고, 레드벨벳까지 같은 날 앨범을 내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좋은 반응이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타이틀곡 한곡만 들어주셔도 좋지만 욕심이 생겨서 다른 노래들도 같이 들어줬으면 해요.”

Q. ‘음원 깡패’라는 별명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깡패라는 말은 무서운 거 같아요. 저는 과격한 사람이 아닙니다.(웃음) 칭찬으로 들리고 부담감으로 작용되진 않고, 이 역시 좋은 창작 소스가 됐으면 해요. 완성도 높게 만들려고 노력했고 최선을 다했어요. 내 자식들도 언젠가 이 노래를 들을 거란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Q. 앨범 명 ‘OO’에 대해 설명해줬으면 한다

“‘오오’라고 읽습니다. ‘영영’이라고 읽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저의 상징이자 아이덴티티인 안경을 상징하고요, 두 번 째로는 저와 대중 사이에 교감할 수 있는, 교집합인 음악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벤다이어그램의 두 개의 동드라미를 상징했어요.”

Q. 사랑부터 자이언티의 내면까지 다양한 주제가 담겼다.

“어떤 내용은 사람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이야기해요. 제가 최근에 생각하고 느낀 것들,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느껴서 제 이야기를 많이 썼어요. ‘나쁜 놈들’이라는 트랙, 제 입으로 제가 부자가 되고싶다고 하지만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돈이 아니라, 욕심은 채워도 끝이 없다는 내용이에요.”

Q. ‘코미디언’은 기사를 통해 본 자이언티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언제 만든 곡인가?

“12년 전에 쓴 거에요. 그때부터 당시에는 유명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이 타인을 판단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함부로 누군가를 규정지어도 될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그 고민이 그 지금도 공감이 되고 와 닿았어요. 희극인은 무슨 말을 해도 웃겨야하는 사람이니까 정말 진지한 이야기를 해도 웃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단지 코미디언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에 부딪혔을 거라고 봤어요.”

Q. ‘콤플렉스’라는 노래는 아이돌 비하라는 논란을 사기도 했다.

“아이돌 팬이신 분들이 화를 많이 내시더라고요. 제가 아이돌을 비하할 이유가 없어요. 지용이 형이랑 콤플렉스에 대해 이야기하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힙합곡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표현에 있어서 과격한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보여진 것 같아요.”

Q. 소속사는 바뀌었지만 작업을 함께 한 동료는 변함이 없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

“음악을 만드는 환경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어요. 예전부터 작업했던 친구들과 함께 여기에 오게 된 거예요. 표현하고자 하는 걸 표현했고, 제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변치 않아요. 어떤 음악이 나오고,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는지가 중요했어요. 물론 발전도 있어야겠죠?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넘어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할거예요.”

Q. 지금까지 남자 뮤지션들 하고만 작업했다. 이유가 있는가?

“여자 아티스트와 함께 하면 아무래도 각자 남녀라는 역할을 맡게 될 거 같았어요. 저와 같은 메시지와 같은 색을 낼 수 있는 게 남자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던 거에요. 이제는 여자 아티스트들과 작업 하고 싶어요. 실력 있는 여자 아티스트들과 해보려고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요즘 블랙핑크가 정말 잘하죠?”

Q. 블랙레이블의 첫 주자였다. 레이블이 앞으로 선보일 음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능력 있는 프로듀서가 많이 있어요. 정말 멋진 분들이고, 각자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점이 재밌어요. 장르도 다르고요. 그래서 진짜 아티스트한테 계속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도 재능 있는 아티스트가 많이 들어왔으면 해요. 음악신에 자극과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인재들이 들어와서 활발히 활동하면 좋겠어요.”

Q. 앞으로는 어떤 음악을 보여줄 생각인가

“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요. 제가 쓴 곡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제 기호에 맞았으면 좋겠고, 완성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떳떳한 노래면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스토리텔링 그 자체에 매력을 느껴요. 지금까지는 한 장면에 대한 묘사, 짤막한 장면들을 담아왔어요. 이제는 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픽션이더라도, 가사를 보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공감대가 하나도 없는데도 좋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