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 법인 지급결제부터 외국환 거래까지 은행, 보험 등 타 업권과 비교해 증권업에 불리한 규제를 고치겠습니다. 국내외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6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이날로 취임 3년차에 접어든 그는 “정부는 외국회사와 맞먹을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외 규제 철폐를 올해 중점 과제로 내걸었다.
황 회장은 증권사 법인결제 금지를 대표 규제 사례로 꼽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5개 증권사는 2009년 금융결제원 공동결제망 사용 비용을 내고도 개인 지급결제만 가능했다. 2011년 뒤늦게 결제망에 참여한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과는 달리 법인 지급결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그는 “25개 증권사가 금융결제망 참가 비용 3375억원을 납부하고도 10년 가까이 법인 결제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금융결제원 규약 개정만으로 변경이 가능한데도 당초 약속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업계가 금융 전체 인프라를 독점해 다른 업계는 못들어온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며 “비용을 돌려받는 소송을 할지 지급결제를 막고 있는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지 등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국환 업무는 은행 고유영역으로 판단해 증권사에는 오직 투자용 외환 업무만 허용하고 있다”면서 “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 등 국가를 대표해야 하는 회사들이 절름발이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 등을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는 신탁업법 분리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황 회장은 “신탁업법 분리 도입을 계기로 은행이 자산운용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신탁업을 자산운용업을 직접하려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증권이나 자산운용사가 격렬히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가 공동으로 구축하고 있는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황 회장은 “블록체인을 인증 시스템에 도입해 오는 7월에는 파일럿 테스트가 가능할 만한 수준이 된다”면서 “추후 상품청산 등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비과세 해외주식과 개인자산관리계좌(ISA), 초대형 IB 도입 등을 취임 이후 거둔 가장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황 회장은 “지난 2년간 펀드 증권사도 헤지펀드와 신기술금융이 허용되는 등 사모펀드 진입이 크게 완화됐다”면서 “지난해가 기반 다지기였다면 올해는 ISA 규모도 10조원을 돌파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