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정적인 예비율 위해선 시장구조도 수술해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전력시장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과거 수급계획은 전원믹스, 예비율, 설비용량 등 공급 요소와 시장제도를 분리한 채로 수립했다. 이로 인해 석탄, 원자력 등 발전 원가가 낮은 발전원 공급 위주 계획이 수립되면서 다양한 부작용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업계가 겪고 있는 극심한 경영난이 대표 사례다. 2011년 9·15 순환 정전 뒤 5차 전력수급계획 변경에서 추가된 발전소에 6차 수급계획 반영 분까지 몰리면서 예비율은 25% 수준까지 올라섰다. 발전 원가가 낮은 석탄, 원자력 비중이 압도하며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가장 낮은 원가 발전소부터 급전하는 연료변동비 반영시장(CBP) 체제를 변화 없이 계속 유지하면서 고원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가동률은 바닥까지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LNG발전 비중이 높은 민간 발전사 대다수가 경영난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1·2·3위 민간 발전사인 포스코에너지, SK E&S, GS EPS가 수년째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5개 집단에너지사업자 가운데 22곳이 적자를 냈다.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열병합발전 분야에선 28개 사업자 가운데 18개 기업이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민간 기업은 모두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CBP 체제는 지난 2001년 전력 산업 구조 개편 당시 특정 사업자의 지배력을 완화하고 연료비 경쟁을 통한 효율성은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당초 단기 운영을 목표로 도입했지만 15년 이상 유지됐고, 그 사이 민간 발전사가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부작용이 일기 시작했다. 발전설비 도입에선 발전원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도 정산 시장에서는 오직 원가만 고려, 비용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도 CBP 체제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발전 부문에서 약 1억톤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이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5000만톤을 석탄화력을 LNG로 전환해 줄인다는 복안이지만 CBP 체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시장제도 개선 방안을 함께 담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후변화 대응 및 안정성 등 외부 요인을 반영한 공급 계획과 시장제도를 설계하고, 특정 발전원이 시장에서 소외받는 부작용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7일 “제8차 수급계획은 설비용량, 예비율 등 공급 요소와 시장제도라는 큰 인자를 연립해서 풀어야 하는 방정식과 같다”면서 “전원믹스(Mix), 발전원별 비중 등을 설정할 때 시장제도와 연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