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최종안을 연내 확정할 계획인 가운데 최대 난관으로 국회 보고 절차가 지목된다. 야당이 11차 계획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면서 국회 보고가 난항을 겪을 공산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6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를 개최한다.
전기본은 국가 기본계획으로 향후 15년간 전력 수요 전망을 바탕으로 국가 전체 발전 비중을 결정한다. 공청회, 환경·기후영향평가, 국회 보고 등을 거쳐 최종안이 확정된다.
산업부는 국회 보고 이후 전력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안을 연내 심의·확정한다는 계획인데 올해는 시간표를 맞출지 미지수다. 통상 공청회를 마치고 국회 보고가 이뤄졌지만 현재 여야가 보고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원전 축소' 기조 아래 11차 전기본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두고 “재생에너지를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박지혜 민주당 의원이 산업부에 11차 전기본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고 같은 당 김성환 의원이 전기본 수립 또는 변경 시 국회 동의 절차를 의무화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이 관련 절차 보이콧 등으로 보고 자체를 무력화할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 따른다.
현 상황을 놓고보면 전기본이 국회에서 장기 표류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문제는 전기본 최종안 확정이 늦어질 경우 전력 수급 안정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11차 전기본은 반도체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를 예측해 수립됐다. 2038년 전원별 발전비중을 △원전 35.6% △석탄 10.3% △LNG 11.1% △신재생에너지 32.9% △수소·암모니아 5.5% 등으로 설정했다.
11차 전기본이 확정되지 않으면 신규 전원 계획도 줄줄이 지연되는 구조다. 특히 11차 전기본에 연계해 수립하는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의 발표도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에너지믹스 관점에서 수립한 전기본이 정쟁의 대상이 될 경우 '답없는 공회전'만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향후 폭염으로 인한 전력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여기에 반도체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등이 들어서면 최대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면서 “신규 전원, 송전망 투자가 시급한 상황인데 전기본이 국회에 발목 잡히면 적기에 사업에 나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전기본은 다수 에너지 전문가의 검토와 현실적 대안을 중심으로 수립한 계획”이라면서 “믹스를 고려하지 않고 특정 에너지원 일변도 계획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전력 수급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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