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차세대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다.”
세계 정보통신(IT)의 거물이자 구글 회장인 에릭 슈미츠가 스냅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번 스피걸을 두고 한 말이다. 올해 26세인 스피걸은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을 만든 스냅이라는 회사를 2011년에 설립, 새로운 `디지털 제국`을 건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올 한 해 `최대 IPO`로 평가받는 스냅이 다음 달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IPO)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는 요즘 `스냅 상장`으로 난리다.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세계 벤처업계도 오랜만에 찾아온 대형 호재에 덩달아 술렁이고 있다.
`스냅 상장`은 오래전부터 실리콘밸리는 물론 뉴욕 증시의 최대 이벤트로 꼽혀 왔다. 스냅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소(SEC)에 회사 경영 실적과 재무 관련 서류 등 기업공개 투자설명서를 제출, IPO 절차에 본격 들어갔다. 상장 주간사는 모건 스탠리와 골드만삭스다.
스냅은 사진과 동영상 등에 특화된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으로 유명한 사회관계망 기업이다. 스냅의 기업공개 잠정 규모는 30억달러(3조5000억원)다. 역대 미국 하이테크 기업 가운데 두 번째, 미국 증시에서 이뤄진 하이테크 기업 IPO로는 세 번째 규모다. 2014년 9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 역대 최고인 250억달러를 모았고, 2012년 5월 페이스북은 나스닥에 상장하며 160억달러를 모금해 미국 하이테크 기업 가운데 최대 IPO를 기록한 바 있다.
스냅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회사인 페이스북, 트위터와 곧잘 비견된다. 시장조사 기업 딜로직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상장 이후 시장 가치가 800억달러를 상회, 이 분야 최고 기업에 올랐다. 트위터는 2013년 11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지만 모금액이 페이스북에 한참 못 미쳤을 뿐만 아니라 스냅에도 약간 뒤질 것으로 보인다. 상장 이후 시장 가치도 200억달러가 안 돼 페이스북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시장은 스냅이 상장 후 상승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길을 갈지 추락하고 있는 트위터의 전철을 밟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스냅은 이번 IPO로 40억달러까지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심이 크지만 스냅의 경영 성적표가 `최우수`는 아니다.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최근 손실이 커졌다. 스냅은 이날 제출한 서류에서 지난해 매출 4억400만달러, 순손실 5억1460만달러라고 밝혔다. 2015년에는 매출 5800만달러, 순손실 3억7200만달러였다. 1년 만에 매출은 8배 늘었지만 손실은 72%(1억4260만달러)나 늘어났다.
미국 유력 경제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냅은 지금까지 돈을 벌어 본 적이 없고, 손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스냅 자신도 제출 서류에서 수익을 달성 또는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손실이 커진 이유에 대해 스냅은 “기술 문제지 비즈니스 모델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는 “만성 적자의 재무 구조는 스냅의 투자 가치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아직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매출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긍정 평가를 했다.
스냅의 2016년 4분기 사용자 1인당 평균 매출은 1.05달러로 1년 전 0.31달러에서 크게 뛰었다. 북미 지역에서는 훨씬 더 높아 2.15달러나 됐다. 아직 페이스북 평균 매출(4.83달러)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성장 가능성은 매우 짙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WP는 덧붙였다.
IT 전문 매체 리코드는 “스냅의 지난해 이용자 성장률은 전년 대비 48%로 페이스북이 IPO를 할 당시와 비슷하지만 매출 규모와 종업원 수 등 지출 면에서 보면 트위터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면서 “페이스북은 IPO 이전에 10억달러 이익을 기록했지만 트위터는 79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고, 스냅은 이보다 훨씬 손실 폭이 크다”고 분석했다.
적극 투자로 손실이 많이 발생했지만 겉으로는 페이스북보다 트위터에 가깝다는 것이다. 2012년에 상장된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로 지위를 굳혔지만 이보다 1년 뒤 상장된 트위터는 이용자 수 둔화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용자 수만 보면 스냅의 앞날은 밝다. 지난해 4분기 일일 평균 스냅 이용자 수는 1억5800만명이었다. 특히 25세 이하 젊은 층 이용자는 하루 평균 20회 이상 스냅챗을 방문했다. 머무는 시간도 하루에 25~30분이나 됐다.
특이하게도 스냅은 SEC 제출 서류에서 회사 정체성을 “우리는 카메라 회사”라면서 “사람들의 삶과 소통 방식을 바꾸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스냅은 원래 스냅챗(Snapchat)이었다가 지난해 SNS를 뜻하는 `챗`을 떼어냈다. 또 지난해 눈으로 본 것과 유사한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가 장착된 선글라스 `스펙터클스`를 공개, 시선을 끌기도 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