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2010년 2월 10일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기반의 스마트폰 `모토로이` 판매를 시작해 국내 안드로이드 시대가 열린 이후 7년이 흘렀다. `아이폰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은 물론 세계 각국의 제조사와 정보기술(IT) 업계가 벌이던 모바일 OS 전쟁이 결국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및 부품 제조 산업은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살 길을 찾았으나 `안드로이드 종속 심화`라는 과제도 남겼다.
◇모토로이가 연 국내 안드로이드 시대…`빛과 그림자` 존재
2010년은 노키아 심비안이 모바일 OS 시장에서 위세를 떨치던 시기였다. 2007년에 등장한 애플 아이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휴대폰 제조사는 갈팡질팡했다.
LG전자는 국내 제조사 가운데 처음으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인터치 맥스`라는 스마트폰을 2009년 프랑스, 호주 등에 출시했다. 국내에선 이듬해 3월 안드로이드폰 `안드로-1`을 내놨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재빨리 줄을 잘 선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은 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이 등장한 이듬해 윈도모바일을 탑재한 `옴니아2`를 내놓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다. 결과는 최악의 실패였다. 절치부심한 삼성전자는 2010년 4월 안드로이드폰 `갤럭시A`를 내놓으며 `갤럭시 신화`라는 주춧돌을 놨다.
안드로이드를 선택한 결과는 옳은 판단이었다. iOS로 무장한 아이폰 등장으로 당황해 하던 휴대폰 제조사는 당시 경쟁하고 있던 OS 가운데 모바일 환경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안드로이드를 대거 선택했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는 `난공불락`이던 노키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종속`이라는 문제점도 유발했다.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에 사상 최고치인 87.8%까지 치솟았다. iOS와 모바일 OS 시장을 양분한 것이다.
◇바다·타이젠…OS 독립 `험난한 여정`
삼성전자는 OS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마트폰 도입 초기부터 자체 OS 개발에 몰두했다. 안드로이드 의존도가 높아지면 제품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각종 제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 2009년 12월에 공개한 모바일 OS `바다(bada)`다. 자체 모바일 OS에 큰 기대를 건 삼성전자는 2010년 자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30%인 600만대를 목표로 내걸었다. 그해 목표에 근접한 500만대를 판매하는 등 선전했다. 그러나 잦은 오류로 안드로이드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때 글로벌 모바일 OS 시장에서 2.7%를 차지하던 바다는 2013년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2011년 8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단말 제조까지 뛰어들자 위기감을 느낀 삼성전자는 또 다른 모바일 OS를 모색한다.
삼성전자의 눈에 들어온 게 `타이젠`이다. 타이젠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보다폰 등이 참여한 `리모`와 인텔 주도의 `미고`가 힘을 합쳐 공동 개발하기로 한 모바일 OS다. 인텔은 노키아의 이탈로 새로운 제조사가 필요했고, 삼성전자는 바다 OS를 확산시킬 우군이 필요했다. 양측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가 타이젠이었다. 특히 바다와 달리 타이젠은 하나의 OS로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PC, TV까지 적용할 수 있었다.
2012년에 타이젠 1.0이 처음 나온 이후 삼성전자는 2015년 1월 첫 타이젠 스마트폰 `삼성 Z1`을 인도에서 출시했고, 그해 10월에는 Z3를 내놓으며 선전했다. 갤럭시 기어, SUHD TV 등 웨어러블 기기와 TV까지 타이젠의 적용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모바일 OS 점유율 1% 미만으로 `OS 독립`의 어려움을 절감케 했다.
◇구글 천하 뒤집힐까…`사물인터넷`이 최대 변수
견고한 애플 왕국을 제외하면 구글은 사실상 모바일 OS 시장을 제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1%대 점유율에서 불과 7년 만에 9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확보한 것은 스마트폰 산업은 물론 IT 산업 전체에서 가장 극화된 장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짙다.
안드로이드를 뒤집어보려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타이젠의 도전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폰보다 사물인터넷(IoT)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2014년 `파이어 OS`를 탑재한 자체 스마트폰 `파이어폰`을 출시했다.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한때 페이스북도 자체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마크 저커버그가 현명한 판단을 했다.
중국 제조사도 자체 OS 개발에 힘썼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샤오미가 `미유아이(MIUI)`나 알리바바 `윈OS` 등이 등장했지만 점유율은 미미하다. 지난해 7월 기준 중국 스마트폰 OS 점유율은 안드로이드 78.8%, iOS 19.9%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모바일 시장인 IoT나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OS 반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전통의 강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쇠퇴하고 구글이 떠오른 것처럼 시장 도입 초기인 IoT나 커넥티드카 시장에선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IoT 시장은 아직까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 스마트폰 초기 시장을 보는 듯한 혼란이 일고 있다. 삼성이 타이젠으로 가전과 IoT까지 넘보는 한편 구글이 브릴로, 화웨이가 라이트를 각각 내놓는 등 IoT용 OS 주도권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자동차도 별도의 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커넥티드카 기능이 중요해지면서 자동차용 OS 관심도 높아졌다. 애플 카플레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MS 윈도 인더 카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안드로이드 소스 코드를 변형해 내재화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