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특허펀드 `IP브리지`가 동남아시아를 겨냥한다. 자국 중소기업의 동남아 진출을 돕고, 이 지역 기업이 일본 투자자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도록 `거간꾼`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다.
영국 특허매체 아이에이엠(IAM)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일본 국가특허펀드 IP브리지가 말레이시아 디지털경제공사(MDEC)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동남아 시장 진출을 노린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IP브리지와 말레이시아 디지털경제공사는 특허 창출·사업화·수익화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디지털경제공사는 말레이시아 통신·멀티미디어부 산하기관이다.
IP브리지는 이번 업무협약에서 `거간꾼`을 자처했다. 경제성장으로 다양한 기술과 개발자가 필요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일본 기업을 `중매`해 자국 업체의 동남아 진출을 늘리고, 아세안 ICT 기업의 기술을 흡수하기 위해서다. 말레이시아 첨단기술 기업 입장에서도 일본 시장 진출은 물론 일본의 방대한 연구개발 역량을 접할 기회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게하루 요시이 IP브리지 대표는 “일본 중소기업은 급성장 중인 아세안 시장 수요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과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제껏 만나지 못했던 양 지역이 협력해 잠재가치가 큰 사업을 창출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일본 기업이 IP브리지를 사업조력자로 인식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특허 제도가 지난 10년간 크게 개선된 것도 좋은 조건이다. IP브리지 역시 아세안 지역에서 특허권 행사나 투자 확대에 큰 걸림돌은 만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일본 정부가 20년 이상 진행한 해외 교류사업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일본 특허청은 1996~2014년 아시아 국가 출신 연수생 4661명을 받아들이고, 자국 특허전문가 569명을 상대국에 파견하는 등 장기적인 시각으로 일본 제도를 수출했다. 일본 업체로서는 보다 예측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일본에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간 이들 중 일부는 특허청장에도 올랐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이 대표적이다.
요시이 대표는 “일본도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수용하는 업체가 늘었다”며 “아세안 스타트업이 일본에서 새로운 사업을 펼치도록 도쿄에 인큐베이션 센터를 열고 전략·재무적 투자자 발굴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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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