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SF영화로 보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미래

[SBA 칼럼] SF영화로 보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미래

강만구 서울산업진흥원 신직업교육팀장

2016년 1월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포럼 회장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해 왔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4차 산업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보틱스, 빅데이터, 클라우드, 무인항공기, 자율주행차 및 가상현실 등의 기술이 우리 개개인의 삶의 방식도 완전히 바꾼다는 것이다. 더욱이 2016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챔피언을 압도한 이후, 일반 대중들조차 4차 산업혁명이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눈앞에 다가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이 오면 우리에게 낙원이 올까? 아니면 지옥이 올까? 다양한 미래예측기법이 있겠지만, 전문가들도 정확한 예측에 놀란다는 공상과학소설(SF) 및 SF영화들을 보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유명한 SF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1985)는 2015년 입체영화관, 안경TV, 취재드론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이들은 3D영화관, 구글글래스, 헬리캠 등으로 2015년에 현실화되었으니, 놀라운 예측력이라 할 수 있다. SF영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인공지능 로봇과 공존할 수 있을 지 살펴보자.

과연 인공지능 로봇들은 사람과 공존할까? 아니면 사람을 대체할까? 이 생각을 하면서 필자는 두 개의 인상적인 SF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하나는 ‘체리 2000(Cherry 2000, 1987)’이고 다른 하나는 ‘바이센테니얼 맨(Bicentennial Man, 1999)’이다. ‘체리 2000’은 2017년을, ‘바이센테니얼 맨’은 2005년부터 200년의 시간을 통해 인공지능 로봇이 일상화된 미래를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두 영화 모두 인류의 영원한 주제인 ‘남녀 간의 사랑’을 통해 인류와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차이는 결론이 정반대라는 것이다.

먼저 ‘체리 2000’는 2017년 인공지능 로봇여성(Gynoid)과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고 살다가 인간여성과 다시 결합하여 인간성을 회복하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다. 어느 날, 비눗물이 들어가서 회로합선이 발생하는 바람에 못 쓰게 된 로봇의 동일모델을 구하기 위해 주인공은 황야의 우범지역의 로봇야적장을 찾아간다. 고용한 여성 보디가드와 함께 결국 동일모델의 로봇을 구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범죄자들에게 추격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탈출용 헬기에는 두 명밖에 탈 수 없어, 로봇과 여성 보디가드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고민 끝에 결국 메모리까지 교체해서 행복했던 추억까지 공유할 수 있는 로봇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야적장을 찾는 과정에서 갖은 고생을 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버린 여성 보디가드에 대한 생각이 그를 괴롭힌다. 주인공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잠시 머뭇거린 끝에 마침내 결심을 굳히고, 헬기를 돌려 여성 보디가드를 구출한다는 이야기다. 주인이 명령하는 대로 실행하는 로봇과 이별하고 인간을 선택하는 과정은, 첨단기술이 장착된 로봇과 살면서 인간성을 상실하고 쾌락만을 추구하던 인간이 결국 인간성을 회복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다음 ‘바이센테니얼 맨’은 2005년 중산층 가정이 가사도우미로 쓰기 위해 구입한 인공지능 남성로봇(Andriod)이 인간에게 사랑을 느끼고, 인간성을 얻고 마침내 인간이 되어 200년 삶을 마감하는 이야기다. 로봇은 생산 엔지니어가 샌드위치를 먹다가 회로 위에 떨어뜨린 마요네즈 한 방울로 인해 지적 호기심과 창의력을 지니고 출고 배송된다. 주인집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로봇은 충실히 본연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딸을 위해 로봇이 만든 나무공예에서 특별한 점을 발견한 주인은 인간을 대하듯 로봇에게 관심과 애정을 주게 된다.

시간이 흘러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한 작은 아가씨. 인간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로봇도 사랑을 느끼지만, 어느새 작은 아가씨는 인간남성과 결혼을 해버리고 로봇을 자식처럼 아껴주시던 주인님은 돌아가신다. 이후 로봇은 같은 처지의 여성로봇을 찾아 여행을 떠나지만 실패하고 수십 년 후 돌아온다. 할머니가 된 작은 아가씨를 닮은 손녀에게 사랑의 열병을 얻은 로봇은 마침내 불멸의 존재에서 한정된 수명의 인간이 된다. 로봇으로 태어났지만 로봇이기를 거부하고 인간성을 획득하고, 사랑하는 사람 옆에서 인간으로서 생을 마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정리하면, ‘체리 2000’은 쾌락만을 제공하던 로봇여성을 버리고 감성적인 인간여성을 선택하면서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경쟁력을 보여주었다면, ‘바이센테니얼맨’은 이기적이기만 한 인간남성을 버리고 헌신적인 로봇남성을 선택하면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의 경쟁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인간여성이 로봇여성과는 다른 인간적 면모로 사랑을 얻게 되고, 로봇남성이 인간남성보다 더욱 인간적 면모로 인간을 대체하여 사랑을 얻게 되는 과정은, 결국 인간적 감성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는 것이다.

즉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상화 될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핵심 경쟁력 즉 인간적 감성을 어필하여 선택된 인간에게는 낙원이 될 것이고, 인간적 감성이 부족하여 대체된 인간에게는 지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혼자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누군가를 사랑해야 하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야 생의 환희를 느끼고 또 생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생존을 위해 육체적 능력을 기르고 지식을 확장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생존을 위해 사랑을 하고 사유를 해야 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결국 기술이 극도로 발전하여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될수록, 인간이 가진 본질적 경쟁력을 회복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Back to basics)’는 것이다. 인간의 4대 능력 중에서 기계가 추월할 수 있는 체력(생존능력)과 지성(학습능력)은 당연히 기본으로 키워야 하겠지만, 이외에 기계가 추월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는 감성(소통능력) 및 영성(사유능력)을 더욱 강화해서 첨단기술로 무장한 기계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야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기계에 의해 대체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SF영화를 통해 미래를 살펴보니, 4차 산업혁명시대는 보다 인간적인 사람들만이 살아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 좀 인간적으로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