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의 급발진(자동차가 운전자 제어를 벗어나 가속하는 현상)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또 벌어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 팔공산 갓바위를 다녀오던 A씨는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를 당했다. 문제 차량은 2015년 11월에 구입한 싼타페 더 프라임으로 1만7000㎞가량 주행한 무사고 차다.
당시 A씨는 내리막 경사에서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고 천천히 내려가려 했다. 운전자는 차량이 `웽`하는 굉음과 함께 RPM이 치솟더니 갑자기 가속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길에 있던 사람을 피해 왼쪽 벽에 충돌했지만 차량이 멈추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고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았다.
하지만 싼타페는 앞에 있던 SM5 차량을 박고 계속 밀고 나가 그 앞에 있던 카렌스와 다시 부딪혔다. 싼타페는 다시 튕겨져 나와 낭떠러지 앞에서 큰 나무를 들이받고 멈췄다. 사고로 싼타페 포함 차량 3대가 파손돼 폐차했다. 하지만 싼타페에 장착된 에어백 7개 중 하나도 터지지 않았다. A씨와 조수석에 타고 있던 부인 B씨는 중상을 입었다.
A씨는 현대차와 국토부 산하 자동차리콜센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 이번 사고에 대해 접수한 상태다. 현대차는 사고 원인으로 운전자 과실로 지목했다. 운전자가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강하게 밟았다는 것이다.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로는 충돌각이 맞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EDR(Event Data Recorder) 분석 결과에 따르면 차량은 충돌 순간 브레이크가 작동했고 엔진회전수 2700rpm 이상, 엔진스로틀 100% 오픈, 가속페달 변위량 99%, ABS 미작동, ESC 미작동 등으로 나타났다. 충돌 2.5초 전에는 차량 속도 시속 19㎞, 브레이크 작동, 엔진회전수 3200rpm, 엔진스로틀 100% 오픈, 가속페달 변위량 99%, ABS 미작동, ESC 미작동 등이었다.
A씨는 “어떻게 출발할 때부터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엔진스로틀밸브가 다 열리고 가속페달 변위량이 99%가 나올 수 있으며 3200rpm으로 최대출력이 나왔는데 차량속도가 시속 19㎞ 밖에 안되냐”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목격자 3인의 진술에 의하면 출발과 동시에 웽 하는 소리와 함께 굉음이 났으며 내리막길에서 출발부터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을 봤다고 돼 있다.
지난해 8월에도 급발진 의심 싼타페 차량 사고가 있었다. 탑승한 일가족 5명 중 4명이 숨졌다. 하지만 현대차는 당시에도 급발진을 인정하지 않고 사고 원인을 운전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차량에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고 오히려 운전자인 한씨가 사고 당시 사이드브레이크를 올리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한씨를 기소했다.
국내 급발진 사고 관련 소송에서 입증 책임은 원고(운전자)에게 있다. 자동차 회사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운전자가 자신의 과실 때문이 아니란 점을 증명해야 한다. 때문에 연간 100여건으로 추정되는 국내 급발진 소송에서 현재까지 운전자가 이긴 판례가 없다.
미국에서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나면 운전자는 물론 제조사도 입증 책임을 지게 한다. 제조사가 원인을 밝히지 못할 경우 소비자에게 배상해야 한다.
이번 싼타페 사고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원인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