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인공지능(AI) 전성시대다. 해외에서 들려오는 흥미로운 AI 관련 뉴스가 넘쳐난다.
지난해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이기며 세계적 화제가 됐다. 지난달에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리브라투스(Libratus)`라는 AI 프로그램이 프로포커 선수 4명과 대결에서 승리했다. 확률 계산뿐만 아니라 상대방과 심리전까지 펼쳐야 하는 포커 게임에서 AI가 인간을 이기면서 세계는 또 한 번 놀랐다. 실제로 리브라투스는 포커 게임 중 소위 `뻥카`라고 부르는 블러핑을 사용했다.
인공지능이 진화하면서 활용 분야도 늘고 있다. 각종 전자제품과 자동차에 AI를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자동차에도 AI를 적용하고, 음성으로 명령을 내린다. 병원에서 의사의 암 진단을 도와주기도 한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 전시장에서 만난 취재원과 흥미로운 대화를 나눴다. 당시 장내 방송으로 `알렉사`라고 외치면 전시장 곳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대답이 돌아오겠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상당히 많은 업체가 아마존 음성인식 AI 서비스 `알렉사`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전시장에서 본 AI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었다. 눈앞에 현실로 다가온 기술이다. 지난해 알파고 대국을 지켜보면서 느낀 AI와 올해 CES 전시장에서 본 AI는 분명히 달랐다. 이제 AI는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AI가 짧은 시간에 우리 사회 곳곳에 파고든 것은 엄청난 발전 속도에 있다. 딥 러닝 등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며 인간이 수년~수십년 걸릴 내용을 단 시간에 습득했다. 프로포커 선수와 대결했던 리브라투스도 매일 밤 그날의 대결 내용을 바탕으로 약점을 보완했다. 포커 선수들도 초반에는 공략할 부분이 있었지만, 갈수록 상대가 강해졌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알파고에 이어 등장한 바둑 AI 프로그램 중국 싱톈, 일본 딥젠고도 프로기사 상대 승률이 90%를 넘어간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AI 관련 소식은 대부분 외국 소식이다. AI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M&A) 하고, 새 AI 프로그램이 인간과 대결하고, 새로운 AI 동맹이 출범하는 등의 소식은 주로 외국에서 들려온다.
물론 국내에 AI 뉴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AI 관련 자회사 설립이나 AI 기술을 제품에 탑재하겠다는 등의 소식이다. 하지만 멀리서 뛰고 있는 외국에 비해 이제 막 시작하겠다는 내용이다. 한 발 뒤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출발이 달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AI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은 이미 2000년 초부터 AI 연구에 힘을 쏟았다. 구글이 2001년 이후 AI 관련 기업 M&A에 투자한 금액만 약 280억 달러다. 우리 돈 30조가 넘는다.
시작이 늦었으니 속도를 높여야 한다. 과감한 지원과 투자가 요구된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출현을 가로막는 포지티브(원칙 금지, 예외적 허용) 방식 규제도 네거티브(원칙 허용, 예외적 금지) 방식 규제로 전환이 시급하다. 지금 망설이면 AI 시대 주인공이 될 기회를 영영 놓칠 수 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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