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업은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반면 인력에 대해서는 장벽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가 반이민법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정보기술(IT) 분야의 두뇌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구글 등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IT 기업은 반이민법에 반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인력의 35%는 외국인 이민자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의 아버지도 시리아계 이민자로, 트럼프 반이민법에 따르면 잡스도 미국에 존재하지 않았다. 실리콘밸리 기업은 H-1B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 기술, 기계공학, 수학 분야의 외국인 전문가들을 고용해 왔다.
미국이 이민자를 막으면서 캐나다가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튿날 트위터를 통해 “캐나다 국민은 살상과 테러, 전쟁을 피해 떠나는 사람들을 종교를 불문하고 환영할 것”이라면서 “다양성이 우리 힘”이라고 천명했다.
아흐메드 후센 캐나다 이민부 장관도 “점점 많은 나라가 국경을 닫고 새로운 사람과 생각에 개방되지 않고 있다”면서 “캐나다는 기술 이민자와 유학생 유치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구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열린 나라로 계속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훗스위트, 왓패드 등 2000여 캐나다 기업도 미국 입국이 막힌 인력에게 임시비자 발급을 촉구하는 서명서를 트뤼도 총리에게 전달했다. 반이민법이 글로벌 고급 인력의 캐나다 유입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캐나다는 그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 왔다. 캐나다 밴쿠버는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트위터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자회사를 유치해 놓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2013년부터 IT 기업 유치를 위해 `스타트업 비자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럼에도 캐나다의 경쟁력은 실리콘밸리에 미치지 못했다.
캐나다 내 대학에서도 많은 고급 인력을 배출하고 있지만 대부분 실리콘밸리로 떠났다. 캐나다는 2020년까지 21만8000명의 IT 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IT 분야 대학 졸업생을 매년 4만3000명을 배출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 분야 졸업생은 3만명에 그치고 있다. 결국 해외 인력이 빈자리를 채워 줘야 하는 상황이다.
외신들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캐나다로 빠져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포천은 “이민자의 재능은 미국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기술 기업에 중요하다”면서 “캐나다로의 이민자 유출은 미국 경제에 심각한 손실을 안겨다 줄 것”이라고 전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