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4>데이터 없는 데이터 중심 국가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4>데이터 없는 데이터 중심 국가

지난달 방문한 미국의 한 기업이 창업 당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 진화 과정을 보여 줬다. 데이터 기반으로 서비스를 확산하는 기업의 모습과 함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서비스 개선과 운영의 효율성 제고 성과는 데이터 지배력의 쾌거를 여실히 보여 줬다. 창업 7년 만에 시가총액 70조원을 넘어선 우버 이야기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이 데이터 기반 기업이 아님에도 데이터의 지배력을 무기로 차량 한 대 없이 데카콘(시가총액 10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데이터의 지배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경사회에서는 물, 산업사회에서는 전기가 각각 핵심 자원이었다면 지능정보사회에서는 데이터가 주요 자원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기반 기술도 데이터가 없으면 연료 없는 자동차와 같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데이터 지배력으로 승부하기에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데이터가 없거나 있어도 규제에 묶여서 활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지배의 첫걸음은 데이터 수집이다. 다양하고 많은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유용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데이터의 가치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이를 축적하지 못한 상태에서 빅데이터의 진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충분히 보유하지 못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유용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정부, 기업, 개인이 함께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예전에 `넥타이 계`라는 것이 있었다. 서로가 가진 넥타이를 공유하면 그만큼 많은 넥타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단순한 아이디어의 산물이었다. 마찬가지로 데이터도 공유하면 그만큼 효용성이 증대된다. 그러나 공유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내 데이터를 공개하는 자발 참여가 전제되고, 데이터의 경제 가치를 인정하는 논리도 정립돼야 한다. 물론 데이터의 공유가 프라이버시 침해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피해 의식도 극복해야 한다. 공공데이터는 국가 안보와 관련이 없는 한 공유돼야 하고, 개인정보까지도 공유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맞물려 해결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제한된 공유나 비식별화 등의 방법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데이터의 수집, 공유, 활용의 최대 걸림돌은 규제다. 데이터의 적극 활용이 가져올 법한 피해를 지레짐작해서 활용을 제한하거나 거부하는 동안 다른 국가는 데이터 지배력을 키워 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의료, 금융 데이터 등이 규제의 사슬에 묶여 의료정보 서비스와 핀테크는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다. 다행히 정부는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빅데이터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과 `비식별화 조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 데이터를 산업에 활성시키려는 제도가 또 다른 규제를 양산하지 않고 데이터 산업 진흥의 물꼬를 트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데이터를 말하지 말고 데이터가 말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의 수집과 공유가 활성화돼야 한다. 데이터 활용을 제약하는 모든 규제와 머뭇거림은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 경미한 피해 가능성을 위해 보완 제도를 마련하고, 데이터 활용의 득실을 따져 시행해야 한다. 데이터를 지배하지 못하는 데이터 중심 국가는 허상이고 요원한 목표일 뿐이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