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최동규의 알쏭달쏭 지재권 이야기>(17)특허출원은 많은데 기술무역수지는 왜 적자인가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특허출원은 세계 4위 수준이고,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규모나 인구를 감안한 특허생산성은 미국, 일본 등을 제친 세계 1위다. 실로 놀라운 성과이고, 우리 국민의 발명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하지만 특허출원 대국이라는 성과 이면엔 만성적인 기술무역수지 적자라는 감추고 싶은 사실도 숨겨져 있다.

[IP노믹스]<최동규의 알쏭달쏭 지재권 이야기>(17)특허출원은 많은데 기술무역수지는 왜 적자인가요?

특허는 많은데 왜 그럴까. 이는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외국의 앞선 기술을 도입해 상품을 빨리 만들어 수출하는 추격형(패스트 팔로어) 산업구조에 가까워 특허의 질적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스마트폰·반도체·자동차 등 우리 주력산업은 아직도 핵심·원천 기술을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상품을 많이 만들어 수출할수록 특허 로열티도 많이 나갈 수밖에 없다. 2015년 우리나라는 상품수지에서 최초로 1000억달러 이상 흑자를 기록했지만 여기엔 기술무역수지의 보이지 않는 `희생`이 있었던 셈이다.

경쟁력 있는 기술의 국내특허가 많으면 기술무역수지가 개선될까. 특허는 속지주의 원칙이 적용돼서 국내에서만 영향력을 미치는 국내특허만으론 기술무역수지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특허 기술이 필요한 시장이 있는 나라들에서 특허를 받아야만 특허만으로도 더 많은 외화를 벌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특허는 덜 중요한 걸까. 그렇진 않다. 국내에서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외국에 특허를 신청하기 전 특허 여부를 1차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고, 특허권이 시작되는 시점을 국내 출원시점으로 소급해 인정받을 수 있는 것처럼 국내특허도 나름의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특허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특허` 자체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전 세계에 공개된 3억여건의 특허 빅데이터엔 기술적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결방안뿐 아니라, 기술변화 방향을 예측하는데 유용한 정보가 담겨있다. 그러기에 연구개발 시작부터 특허 빅데이터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면 시장에서 대접받는 강한 특허를 만들 수 있다. 필자는 이렇게 만든 강한 특허를 수요가 있거나 예상되는 국가에서 특허 등록까지 받는다면 우리나라가 기술무역수지 흑자국이 되는 시기가 앞당겨지리라 생각한다.

최동규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