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유동적인 액정 재료를 틀로 압축해 금속에 버금가는 정렬도와 경도를 지닌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 여러 가지 형태의 고성능 소자를 쉽게 만들어 반도체 생산효율 제고에 기여할 전망이다.
KAIST(총장 강성모)는 윤동기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교수팀이 액정 재료인 `사이아노팬틸바이페닉(5CB)`으로 기존 고분자 반도체 재료보다 정렬도가 높은 소자를 만드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액정 재료는 배향 제어가 쉽고 반응 속도가 빨라 액정표시장치(LCD), 광학센서 등에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유동적으로 흐르고 정렬도가 낮아 활용 범위가 제한됐다. 정렬도가 낮으면 상대적으로 전기적 특성이 떨어진다. 전기와 자기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없다.
연구팀은 액정 재료를 전 방향에서 압축해 정렬도를 높이는 시스템 기술을 개발했다. 3차원 틀로 재료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자 정렬도는 금속의 정렬도인 1오더파라미터에 근접했다. 고분자를 활용한 기존 소자 정렬도는 0.6~0.8 수준이다. 정렬도 상승, 압축 공정을 통한 고집적화로 소자 성능도 극대화된다.
소자를 만들기 위한 공정도 대폭 간소화할 수 있다. 기존 `광식각 공정(웨이퍼에 트랜지스터 패턴을 전사해 반도체를 만드는 공정)` 방식은 약 600개 공정으로 이뤄진다. 패턴화한 여러 장의 소자를 수직으로 결합해 3차원 구조를 만든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방식은 압축 공정으로 한 번에 3차원 구조를 만들 수 있고, 별도 냉각·건조 공정도 필요 없다. 약 10% 수준 공정으로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다.
그동안 구현하기 어려웠던 나선 형태 소자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나선형의 압축 틀을 적용하면 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고성능 반도체 소자 제작은 물론 고성능 광전소자, 차광소재, 분리막 등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현재 2차원적 광식각 공정에 비해 10배 이상 제작 과정을 간소화하고 성능도 높인 반도체 제작기술을 개발했다”면서 “지금까지 어려웠던 복잡한 구조도 구현할 수 있어 반도체, LCD 등 관련 분야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