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차세대 바이오 영역으로 주목받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인체공생미생물) 연구가 본격화된다.
15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정부 투자가 시작된다. 하반기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신약 개발 전 임상 단계를 마무리하는 기업이 등장한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 몸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 정보다. 장내, 표피, 구강, 기관지, 생식기 등에 미생물이 있다. 미생물은 생체대사조절과 소화능력에 영향을 준다. 미생물을 통해 각종 질병을 호전시킨다. `제2 게놈`으로 불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분야를 차세대 바이오 영역으로 선정, 올해 40억원을 포함해 5년간 200억원을 투입한다. 미생물 분석부터 신약개발을 위한 전임상 도달이 목표다.
미래부 관계자는 “비만, 당뇨, 뇌질환 치료·예방에 마이크로바이옴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관련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미생물 선별 기술부터 질환별 신약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 수준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인프라도 구축한다. 올해 착수하는 `한국인 장내 미생물 뱅크 구축과 활용 촉진 사업`은 건강한 한국인 장내 미생물을 수집, 분석한다. 공기에 노출되면 죽는 절대혐기성 세균만 골라 분리 배양하는 기술, ICT 분석 장비, 전문 인력 등이 갖춰진다. 생명공학연구원이 주관하며 분당서울대병원과 천랩이 참여한다. 2023년까지 80억원을 투입한다.
기업 연구개발(R&D)도 활발하다. 지놈앤컴퍼니는 국내 최초로 장내 미생물을 활용해 면역 항암제 신약을 개발 중이다. 하반기 전임상을 마무리하고 1~2년 내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도 줄기세포처럼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올해 동물실험을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임상실험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힐링뱅크는 엠디헬스케어와 공동으로 장내 미생물 분석 서비스는 물론 대장암 치료를 위한 신약을 개발한다. 미생물 간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배출되는 나노소포까지 분석해 건강한 미생물을 유도하는 기술이다. 개인 미생물 분석 서비스는 올해 출시하며, 신약 개발은 3년 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천랩은 작년 웹 기반 개인 장내 미생물 분석 서비스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올해 본 서비스를 출시한다. 국내 대형병원과 손잡고 건강검진에 미생물 검사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내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선진국과 비교해 걸음마 수준이다. 미국은 작년 5월 오바마 2기 정부 마지막 과학연구 프로젝트로 꼽아 2년간 1억2100만달러(약 1400억원)를 투입키로 했다. 지난해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논문 수는 7438편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논문은 극히 드물다.
예산을 늘리고 연구 분야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중심에서 알려지지 않은 미생물로 연구 분야를 넓히고, 일반인 미생물 분석을 포함 특정 질환 환자 몸속 미생물 분석 DB 구축도 필요하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글로벌 제약사가 장악한 신약개발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생존할 방법은 마이크로바이옴에 있다”며 “뛰어난 의학수준과 ICT 역량을 토대로 마이크로바이옴을 4차 산업혁명 대표 주자로 육성할 때”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