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세계적 사모펀드 부상...미 포트리스 인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미국 사모펀드(PEF)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 그룹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수가격은 33억달러(3조8000억원)다. 13일 현재 포트리스 시가총액 23억달러에 39%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인수 절차는 포트리스의 주주와 당국 승인을 거쳐 하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포트리스는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후에도 뉴욕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하며 공동 창업자 피트 브리저와 웨스 에든스, 랜디 나돈이 경영권을 유지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포트리스는 현재 701억달러(약 80조원) 자산을 운용하면서 대출채권과 사모펀드, 헤지펀드, 채권펀드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포트리스 인수를 발판으로 블랙스톤과 같은 세계적인 사모투자사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소프트뱅크가 곧 출범시킬 1000억달러 규모 `비전펀드`에 포트리스 자산을 합하면 이 회사가 관리하는 투자자산은 1700억달러에 달한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관리하는 자산은 3300억달러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포트리스의 뛰어난 투자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면서 “우리는 이 회사의 경영진, 폭넓은 경험, 세계 수준의 투자 플랫폼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소프트뱅크가 포트리스를 인수한 것은 이 회사의 정보기술(IT) 기업답지 않은 야심찬 행보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으로, 비전펀드를 뒷받침하려는 의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신문은 비전펀드에서 요직을 맡게 된 도이체방크 파생금융상품 트레이더 출신의 라지브 미스라가 포트리스 인수 주역이었다고 전했다. 미스라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까지 10년간 도이체방크에서 일하면서 자산유동화담보부대출(ABL)을 사들이고 재구성하는 사업을 했고, 이 때문에 도이체방크는 5000억달러 규모 부채담보증권(CDO) 시장에서 초창기부터 교두보를 구축할 수 있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