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신산업 규제 혁신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핀테크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한 것은 유망 신산업 분야의 규제 개선으로 경쟁력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3개 분야 지원책을 마련, 시장 선점을 지원한다는 포석이다.
규제 개혁은 현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미래창조과학부 주도의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혁신 방안을 다섯 차례 발표했다. 앞으로 진행될 규제 혁신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 지능정보사회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기술 못 따라가는 법·제도 의미 없다
현 정부가 규제 완화를 비롯한 규제 혁신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규제는 공정 경쟁을 유발하고 활용 방식에 따라 산업 육성책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 시기 부적절한 규제는 역효과를 불러온다. 산업 발전에 적합한 규제와 법제도를 사전에 도입, 핵심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송상훈 미래부 인터넷제도혁신과장은 16일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법과 제도는 이를 못 쫓아 가기 때문에 관계 부처와 협의해 규제 혁신 방안을 먼저 마련했다”면서 “특히 AI와 관련해서는 대응 제도를 발표한 나라가 없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정부는 여러 기술 가운데에서도 AI, VR, 핀테크를 최우선 규제 개혁 분야로 정했다. AI는 4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키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 주요 국가와 기업이 AI를 통한 혁신과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VR는 콘텐츠 이용 행태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관련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의 동반 성장이 예상된다. 구글은 VR를 모바일 대체 플랫폼으로 지목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세계 VR 시장은 지난해 22억달러에서 2025년 800억달러(약 91조원)로 전망된다.
핀테크 역시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 분야다. `페이 전쟁`으로 불릴 정도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간 핀테크 시장 선점 경쟁이 뜨겁다.

◇AI 확산 대응 제도 정비 필수
정부가 내놓은 AI 규제 혁신 방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AI의 법 책임 분야다. AI에 의한 사고 발생 때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벌써부터 뜨거운 감자다.
예를 들어 AI를 탑재한 자율주행자동차가 사고를 냈을 경우 책임을 운전자, 제조사, SW 개발사 가운데 어디에 물어야 할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 AI가 급속도로 확산될 것임을 고려하면 제도 마련은 필수 과제다.
정부는 연말까지 민법 등 책임 범위와 입증 책임 연구를 실시하고, 부문별 손해배상 법제를 정비한다. 지능정보기술 특화보험도 연구한다. 언제쯤 해당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자세한 로드맵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VR 규제 개혁은 상당히 구체화됐다. VR 콘텐츠 심의 때 탑승기구 검사 면제 조항을 마련한다. VR 체험시설의 높이 제한도 완화한다. VR방 내에 음식점이 동시 입점할 경우 한 개 영업장으로 보고 단일 비상구 설치를 허용한다.
정사교 VR플러스 이사는 “VR 콘텐츠 등급심의 때 매번 관련 기구를 동반 제출하는 게 부담이었다”면서 “이번 규제 개선으로 VR 기업의 콘텐츠 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환영했다.

핀테크 분야는 서비스 도입 촉진에 초점을 맞췄다.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 기준을 명확히 했고, 개인간거래(P2P) 대출업자의 총자산 한도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 플랫폼을 활성화, 다양한 서비스 개발도 지원한다.
3개 분야의 규제 혁신 방안은 이르면 상반기 또는 연내에 대부분 추진된다. 정부는 규제 혁신으로 2030년에 460조원의 경제 효과가 유발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능정보사회 발달로 예방 의료가 보편화되고 맞춤형 교육 실현이 가능, 삶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1.7년인 VR 분야의 기술 격차가 3년 뒤에는 0.5년으로 좁혀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같은 기간에 VR 전문 기업을 50개 이상 육성, 글로벌 VR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췄다.
지난해 160개인 핀테크 기업은 내년까지 두 배 가까운 300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모바일 페이, 가상통화 활성화로 금융 편의성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핀테크 규제 혁신 방안 과제별 추진 일정>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