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산업 투자는 정보통신기술(ICT) 전체 생태계라는 큰 그림을 보고 진행해야 한다.”
최병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양자창의연구실장은 `2017 양자정보통신 기술세미나 및 논문발표회`에서 양자 투자의 통일성과 균형을 강조했다.
양자산업 3대 분야인 양자암호통신, 양자소자·계측, 양자컴퓨터 가운데 하나만 선택적으로 투자하면 결국 `반쪽짜리 기술`이 되고 말 것이라는 경고다. 3개 분야를 골고루 발전시킬 때 투자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통신-컴퓨터-클라우드-빅데이터에 이르는 정보처리 단계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고 최 실장은 설명했다. 정보의 생산과 전송, 처리, 저장 전 단계를 양자기술로 처리할 때 최대 효과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최 실장은 “양자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절대적 보안성으로 무장, 어떤 정보가 담겨있는지 외부에서 알 수가 없다는 점”이라면서 “통신만 양자로 처리하고 컴퓨터는 일반 제품을 사용한다면 반쪽짜리 보안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해외 학회에서 만난 구글은 스위스 비밀금고처럼 누구도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엔드 투 엔드` ICT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했다”면서 “정보유출 염려가 없기 때문에 군사적 적대 국가에서도 제품을 사려고 할 정도로 경쟁력이 향상된다”고 했다.
MS는 2004년 이후 10년 간 양자컴퓨터부터 양자암호통신에 이르는 양자산업 전 영역에 대한 종합 설계도를 짠 뒤 지난해에야 비로소 제품 제작에 들어갔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만큼 전체 그림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양자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하고 5000억원대 국책과제를 추진 중이다. 현재 막바지 예비타당성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자산업 3대 분야에 한꺼번에 투자를 할 것인 지, 상용성이 높은 순서에 따라 단계적으로 투자할 것인 지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단계적 투자를 한다면 MS, 구글 등 글로벌 ICT 대기업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하게 되는 셈이다. 이들은 모두 종합 투자를 선택했다.
이날 양자정보통신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200여명이 몰려 양자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최 실장은 “우리가 양자통신만 투자하고 양자컴퓨터 투자를 늦추는 사이 외국에서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ICT 헤게모니를 순식간에 빼앗기게 된다”면서 “양자기술은 시기를 놓치면 절대 극복하지 못하는 장벽이 생기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 종합적인 그림을 그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