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반도체 분야의 `신 기술 장벽`으로 떠오르는 ISO 26262 제2판에 관한 대응도 시급하다. ISO 26262는 자동차 전장 오류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해 2011년에 제정된 국제 표준이다. 내년 1월 제2판이 정식 발효된다. 기존 표준과의 차이는 무려 180쪽에 이르는 반도체 설계 가이드라인에 포함됐다.
고장률 예측뿐만 아니라 고장이 났을 때 이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설계가 들어가야 한다. 인텔, 퀄컴, 엔비디아,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온세미컨덕터, 시높시스, 멘토, 르네사스 등 해외 반도체 업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이 표준화 작업에 참여하면서 대응력을 확보했다. 국내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역시 국가 전문가 자격으로 표준화에 참여, 세계 최초로 ISO 26262 제2판 반도체 설계 가이드라인 요건을 충족시키는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알덴바란3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업체 대부분은 이 분야 대응이 미흡하다. 팹리스는 물론 대기업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실적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적극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반도체 대기업 연구원은 최근 개최된 공식학회 토론회 장에서 “최근에도 자동차 전장용 개별 반도체 부품을 만들다 포기했다”면서 “역량은 충분한데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시간이 매우 짧다”고 토로했다.
권영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장은 16일 “해외 반도체 기업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ISO 26262를 만족시키는 신제품 개발 사항을 언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 가이드라인에 대응하지 못한 반도체는 완성차 업체로의 공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으로 진입하려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설계 인력을 대상으로 깊이 있는 ISO 26262 관련 교육과 정보 알리기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