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안정적인 직장, 멋진 집, 사랑스러운 아내 그리고 귀여운 아들까지 가진 료타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걸려온 전화 한통. 료타는 전화를 받고 난 뒤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6년간 온갖 정성을 다해 키운 아들이 자신의 친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그와 아내는 이 모든 사실이 거짓이길 바란다. 하지만 친자감별 결과 아들과 료타의 DNA는 일치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아이가 뒤바뀐 것이다. 료타는 삶의 방식이 너무나도 다른 친자의 가족을 만난다. 이후 자신과 아들의 관계를 돌아보면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고민에 빠진다.
영화에서 DNA 검사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99.999% 정확성을 갖기 때문에 결국 료타는 냉혹한 진실을 받아들인다.
친자 확인뿐 아니라 범죄수사에도 쓰이는 DNA 검사 원리는 무엇일까. 모든 인간은 각기 다른 유전자를 갖는다. 그 중 DNA는 유전자 중심이다. 모든 사람의 DNA는 다르고,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혈액형, 성별, 친자 관계 등 개인의 고유 유전정보를 DNA로 확인할 수 있다. DNA는 세포마다 존재한다. 머리카락, 피, 침 등에서 DNA가 검출된다.
DNA 검사는 친자 감별을 위해 혈액, 모근이 붙어있는 머리카락, 구강상피세포, 타액, 혈흔 등을 이용한다. 여기서 유전 물질인 DNA를 추출한다. DNA증폭기(PCR)로 특정 유전자를 동시에 증폭한다. 이를 통해 사람의 염색체 내에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염기서열을 볼 수 있다.
자식과 부모의 15~18개 반복되는 염기서열 위치를 조사해 검사한 모든 유전자에서 일치하면 친자 관계라고 판단한다. 반복되는 염기서열에서 3개 이상 불일치가 나타날 경우 친자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1~2개 불일치 시 돌연변이 가능성을 조사한다.
우리나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중합효소 연쇄반응(PCR)을 이용, 1ng(나노그램) DNA를 증폭해 감정하는 기법을 쓰고 있다. 1ng은 1g의 -9제곱으로 극미량이다.
과학수사에 혁신을 가져온 DNA 검사는 도입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1985년 영국 생물학자 알렉 제프리스가 DNA 구조 차이로 개인을 식별하는 `DNA 지문법`을 발표하면서 비로소 DNA를 과학수사에 이용했다.
우리나라 DNA검사는 언제 도입됐을까. 1955년 국과수 전신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친자 감별과 혈액형 감정 등이 시작됐지만, 유전자를 분석하는 공식 부서가 설치된 것은 40년이 지난 1991년이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