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총수 구속 사태로 인해 국내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파가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단기간 삼성 사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장기 사업 추진에는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당장 삼성그룹 계열사 전반 긴축 경영과 투자 위축, 이로 인한 경쟁력 약화와 협력사 등 후방 생태계 타격이 점쳐진다.
19일 삼성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공백에 따른 비상경영체제 마련과 이 부회장 재판 지원 준비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 부회장 혐의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만큼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그러나 최소 수개월은 이 부회장 공백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한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이 부회장 구속 직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중심 대책회의를 연 것을 시작으로 주말 내내 대책 마련을 위해 긴박한 시간을 보냈다.
삼성 사장단은 사내망에 `삼성그룹 사장단` 공동명의로 `임직원께 드리는 글`을 게재하고, 하나로 뭉쳐 위기를 헤쳐가자고 당부했다. 사장단은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해 온 저력이 있다”면서 “모든 임직원이 하나로 뭉친다면 지금 위기도 충분히 헤쳐나가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삼성은 미래전략실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을 중심으로 비상 체제를 꾸려갈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별 독립 운영체제가 잘 갖춰져 있고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도 있어 단기로 볼 때 사업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중장기 영향과 이로 인한 파생 효과다. 현재 계획된 일은 그대로 진행하더라도 총수가 없는 상태에서 굵직한 투자가 수반되는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활발히 추진해 온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삼성 지배 구조 재편 작업 등은 잠정 중단이 점쳐진다.
삼성은 지난해 사장단 인사와 조직 개편을 올해로 미뤘고, 이 부회장 구속으로 언제 인사를 단행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됐다. 인사와 조직 개편이 미뤄지면 새로운 사업 계획 마련과 추진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신규 투자 지연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하만 인수로 큰 고비를 넘겼지만, 인수 후 대대적 투자를 통한 사업 확대는 불투명해졌다.
수많은 삼성 협력사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협력사는 삼성 계획에 따라 사업 방향을 정해 왔지만 올해 이후 계획이 불확실해지면서 혼란에 빠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 구속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오너가 없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나 사업 재편을 추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