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거물 기업은 그동안 수천명 개발자와 취재진이 몰리는 대규모 행사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했다. 그러나 잇따라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실리콘밸리 지역으로 콘퍼런스 장소를 변경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행사장 리모델링과 비싼 호텔 요금, 교통난이 원인으로 꼽혔다.
구글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에서 7000여명이 참석한 개발자회의 `I/O`를 개최했다. 구글은 4년간 개발자회의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했지만 지난해에는 본사 근처로 행사장소를 옮겼다. 구글은 올해에도 마운틴뷰에서 행사를 연다.
페이스북도 4월 새너제이 매케너리 컨벤션센터에서 F8행사를 연다. 지난해에는 이 행사를 샌프란시스코 포트 메이슨에서 열었다.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도 6월 5∼9일 개최되는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새너제이 매케너리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WWDC를 14년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19일(현지시간) “이런 움직임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면서 “주요 행사장 가운데 하나인 모스콘센터가 확장 공사를 하고 있어 북쪽과 남쪽 출입구가 폐쇄돼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고, 샌프란시스코의 비싼 호텔 요금, 교통난도 장소 변경 결정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에 근무하는 직원의 대다수가 실리콘밸리 주변 도시인 새너제이와 쿠퍼티노, 팔로알토 등에 거주하고 있어 행사장까지 교통 체증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몬터레이에 근무하는 한 IT 기업 직원은 “샌프란시스코 행사장에 가려면 평일에는 엄청난 교통 체증으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야 한다”면서 “주차 장소를 찾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애플은 새너제이로 옮긴 이유에 대해 매케너리 센터가 애플 본사와 가깝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애플 실리콘밸리 직원의 25%가 새너제이에 산다. 애플 직원이 행사에 참석하기 쉽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샌프란시스코 포트 메이슨이 수용한계를 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F8행사는 약 2600명 개발자가 참석했다. 올해는 약 4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새너제이 매케너리 센터가 국내외 개발자가 원하는 부분을 잘 충족시켜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글은 마운틴뷰가 자사 기술을 잘 쇼케이스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구글은 마운틴뷰에서 대형 구축 사업 프로젝트 룬을 프레젠테이션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와 같은 실내 공간에서는 할 수 없는 시연이었다.
행사 전문 회사인 엔델리 그룹의 롭 엔델리 회장은 “테크 트렌드가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라며 “샌프란시스코는 그동안 IT 분야를 선도하는 매우 트렌디한 곳으로 인식됐지만, 더는 그 명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번에 수천 명의 세계 개발자와 기자가 운집하는 대규모 행사를 잃는 것은 시 자체에도 큰 타격이다. 호텔과 레스토랑 등 관광산업도 일정 부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시 관계자는 “개발자회의를 잃는 데 따른 충격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컨벤션과 회의 개최로 인한 직접적 수익은 7억5400만달러로 하락 조짐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협회의 존 레이스 부회장은 애플이 개최하지 않겠다고 한 6월에 모스콘 센터를 이용하겠다는 문의가 벌써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직 많은 IT콘퍼런스가 샌프란시스코를 고수하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연례행사인 드림포스(Dreamforce)와 지난주 열린 세계 최대 보안 콘퍼런스 RSA가 대표적이다.
대형 콘퍼런스를 2개씩이나 확보한 새너제이 시는 반색하고 있다. 애플 행사에 맞춰 대규모 부대행사 개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크로니클은 “매케너리 컨벤션 센터는 이 행사 한번 개최로 750만달러를 벌어들이게 됐다”고 전했다.
애플은 WWDC 개최지를 발표하면서 “실리콘 밸리의 수도로 불리는 새너제이와 쿠퍼티노 기술 대기업 간 장기적이고 위대한 관계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